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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이 향수는 누가 뿌렸느냐보다, 누구에게 반응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이센트릭 몰리큘스 론칭 현장 관계자)
니치 퍼퓸 마니아들 사이에서 '신드롬'처럼 회자되는 '이센트릭 몰리큘스'(Escentric Molecules)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부띠크모나코 지하 1층 미디어홀에서 론칭 행사를 열고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번 론칭 행사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향의 철학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도록 연출됐다.
2006년 독일 조향사 게자 쇤에 의해 탄생한 이센트릭 몰리큘스는 '향수는 개인의 체취와 반응하는 예술'이라는 철학 아래 기존 향수 업계의 문법을 완전히 뒤집은 브랜드다.
핵심은 하나의 합성 분자인 '아이소 이 슈퍼'(Iso E Super)를 기반으로 한 '스킨센트(Skin Scent)' 개념이다. 체온이나 피부 pH와 결합해 저마다 다른 잔향을 내는 이 독특한 시스템은, '보이지 않지만 강하게 남는 향기'로 표현되며 마니아층의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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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이후 제품 라인을 세 가지로 확장했다. '몰리큘(Molecule)' 라인은 단일 분자만 사용하는 미니멀리즘 향수로, 대표작 몰리큘 01(M01)은 무향에 가까운 첫인상과 은은한 잔향으로 유명하다.
'이센트릭(Escentric)' 라인은 동일한 분자에 핑크 페퍼, 아이리스 등 보완적 향을 더해 보다 풍성한 구조감을 갖췄다.
'몰리큘 플러스(Molecule+)' 라인은 기존 M01에 감각적인 원료 하나를 더한 조합으로, 예술적 실험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사진=김유영 기자]](/news/photo/202505/647855_564430_1713.jpg)
이날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향 중 하나는 몰리큘 01+ 만다린(Mandarin)이었다.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퍼지면서도 아이소 이 슈퍼 특유의 미묘하고 부드러운 잔향이 뒤따라, '한 병 안에 두 가지 감각이 공존하는 것 같다'는 평을 얻었다.
손목에 뿌렸을 때 첫 향은 밝고 청량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우디한 잔향이 부드럽게 퍼져 나갔다. 향의 변화가 자연스럽고도 섬세하게 이어졌다.
이센트릭 몰리큘스가 다른 니치 퍼퓸 브랜드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향을 향기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철학이다. 전통적인 조향 방식이 탑-미들-베이스 노트를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센트릭 몰리큘스는 향을 '움직이는 분자 반응'으로 본다. 이 때문에 시향지보다는 피부 위에서 테스트할 때 진가가 드러난다.
현장 관계자는 "종이에 시향하면 향기가 잘 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직접 피부에 뿌린 뒤 시간이 지나면서 체취와 어우러질 때, 비로소 각자만의 향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뿌린 직후보다 10~15분쯤 지나자 향이 점차 진해지며, 은은한 잔향이 서서히 피어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행사장은 브랜드 철학에 충실한 방식으로 구성됐다. 벽면에는 창립자 게자 쇤의 메시지와 브랜드 연혁이 간결하게 정리돼 있었고, 각 향수는 미니멀한 디스플레이 위에 올려져 '향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조명은 은은하게 조절됐고, '당신만의 향, 당신의 반응'이라는 문구가 담긴 영상이 브랜드의 세계관을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이센트릭 몰리큘스는 향을 '보이지 않는 나만의 정체성'으로 정의한다. 런던 현대미술관, 베를린 디자인 위크 등 예술 전시에서 소개된 이력이 있을 만큼, 단순한 향수 그 이상을 지향하는 브랜드다. 조향이 아니라 '화학적 예술'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실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경계에 위치한다.
관람을 마친 한 방문객은 "이건 향수라기보다는 감각을 입는 것 같다"며 "향을 통해 나를 드러내기보다, 나를 중심으로 향이 형성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센트릭 몰리큘스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향수'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브랜드 관계자는 "이센트릭 몰리큘스는 하나의 분자가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향수를 향수답지 않게 만드는 실험적 감성을 추구한다"며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이러한 섬세한 차별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