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국내 버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이 줄줄이 퇴장하고 있는 가운데 '파이브가이즈'의 '나홀로 선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파이브가이즈는 지난해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 수입 버거 브랜드의 '옥석가리기' 국면에서 살아남으며 존재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한국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에프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65억1000만원으로 전년(99억9000만원) 대비 365.6% 증가하며 외형을 키웠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3억7000만원으로 전년 영업손실 13억3000만원에서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 수익성까지 향상됐다.
2023년 2개였던 매장 수가 5개로 늘어난데다,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상권 위주로 출점하면서 매출 향상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인 에프지코리아의 실적이 성장세에 올라타면서 한회갤러리아의 식음료 사업 부문 매출도 지난해 640억원을 기록하며 무려 전년(104억원) 대비 515.4% 늘었다. 2023년 매출이 분할 이후인 3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출을 집계, 두 달치가 빠졌다는 것을 감안해도 5배가량 신장한 것이다.
파이브가이즈의 이러한 호실적이 더욱 의미있는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국내 시장에 진출한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이 '백기'를 들고 한국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이닝브랜즈그룹(옛 bhc그룹)은 지난 2월말 '슈퍼두퍼' 강남점, 코엑스 스타필드점, 홍대점 영업을 종료했다. 2022년 11월 강남점을 시작으로 한국 사업을 전개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슈퍼두퍼코리아 매출액은 42억원, 순손실을 17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6월 코엑스점을 끝으로 신규 매장도 출점하지 않았다. 결국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에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보다 앞서 2022년 5월 대우산업개발 자회사 이안GT가 들여온 '굿스터프이터리'는 사업을 전개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즐겨먹은 버거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지만, 강남점 개점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며 조용히 철수했다.
당시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 버거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으나, 론칭 초기 소비자들의 관심을 지속 이어가는데 실패하며 '반짝 흥행'에 그친 것이다.
반면 파이브가이즈는 꾸준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통해 한국 시장에 안착,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모습이다.
에프지코리아는 2023년 6월 강남점, 10월 2호점 여의도점 등 2개 파이브가이즈 매장을 오픈했다. 이후 △고속터미널점 △서울역점 △판교점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상권 위주로 출점을 이어갔다. 당시 오픈한 매장 4곳은 전세계 1900개에 달하는 파이브가이즈 전체 매장 중 매출 톱10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최근 오픈한 전 세계 매장 중 최초로 아쿠아리움을 적용한 갤러리아 광교점(6호점)은 오픈 전부터 300여명이 입장 대기줄을 형성하며 기대를 모았고, 오픈 이후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달말에는 압구정 갤러리아명품관 인근에 7호점 오픈이 예정돼 있으며, 오는 2028년 국내 15개 매장을 목표로 신규 출점을 이어갈 방침이다.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일본 진출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현지 법인도 설립했다. 올해 4분기 중 첫 점포를 오픈하고, 향후 7년간 도쿄를 포함한 일본 곳곳에 20개 이상의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일본 햄버거 시장규모는 한국의 2.5배 수준으로 2015년 이후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버거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아, 업계에서는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에프지코리아 역시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에프지코리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를 맛보기 위해 한국 등 인근 국가를 찾는 일본 관광객이 있을 만큼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고 론칭 기대감도 큰 상황"이라며 "수준 높은 맛과 품질에 우리의 차별화된 운영 전략이 더해지면 일본 고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파이브가이즈의 기세라면 '쉐이크쉑'과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파이브가이즈가 앞서 시장에서 철수한 브랜드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브랜드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하되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과 소비 패턴을 고려한 현지화 전략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