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6천억원 안팎 투자…손실 위기
알짜 점포 팔아 차입금 상환하고 배당…MBK 사모펀드 투자금 회수
자구책없이 불시에 기업회생 신청…'제2 티메프 사태' 우려도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자금난으로 전격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책임론도 확산하고 있다.
MBK가 10년 전 막대한 차입금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해 아무런 자구 노력 없이 불시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 데 대해 '기업 사냥꾼의 먹튀 본색을 드러냈다'며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MBK는 10년간 점포 매각 등으로 빚을 갚고 배당을 받는 등으로 투자 원금 회수에 주력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도산 결정을 내리기 직전까지 개인과 법인 등의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어음(CP) 등을 팔았고 국민연금도 6천억원 안팎을 투자해 손실 위기에 놓였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MBK는 2015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천억원에 홈플러스를 사들였다.
홈플러스가 갖고 있던 기존 차입금 1조2천억원을 승계한 것을 제외하면 실제 인수금액은 6조원이었다.

MBK는 대형마트가 유통업의 주도권을 쥐고 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근거해 무리수를 둔 것이지만, 결과론적으로 이는 금리 상승기에 과도한 차입에 따른 채무부담이 확대되고 2020년대 쿠팡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까지 겹치면서 오판이 됐다.
MBK의 과도한 인수 차입금은 홈플러스 경영에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했다.
MBK는 유통 시장이 온라인 쪽으로 기우는 가운데 인수 차입금 이자 부담마저 커지자 알짜 자산을 하나둘씩 팔기 시작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운영한 기간 할인점은 141개에서 126개로, 슈퍼마켓 체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371개에서 308개로 각각 줄었다.
장사 잘하는 점포를 차례로 팔아치우면서 홈플러스 매출은 급감했고 반대로 수익성은 악화했다.
MBK가 이처럼 홈플러스 자산을 팔아 갚은 인수 차입금은 정확한 액수가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대략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산한다.

이 때문에 MBK가 회사의 실질적인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인수 차입금을 빨리 갚고 매각 처분하는 '엑시트'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재무 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도 MBK가 아무런 자구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기업회생 절차에만 기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 대신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은 더는 손해 보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개시 결정으로 거액의 인수 대금을 빌려준 금융권은 당분간 대출금 회수가 난망한 상황이 됐다.
홈플러스의 채무 조정 대상은 2조원 규모다. 메리츠금융 1조2천억원, 은행 한도 대출 1천100억원, 기업어음 2천500억원, 매입채무 유동화 자금 3천500억원 등이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가 불러온 후폭풍은 크다.
당장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D'로 급락시켰다. 투기 등급에서도 가장 낮은 등급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달까지도 CP를 발행해 개인 등의 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인 만큼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 MBK 차원의 자구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김병주 MBK 회장은 사재를 내놓는 등의 방식으로 홈플러스 부실 경영에 따른 한국 경제에 혼란과 홈플러스 채권 등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