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LTV 담합' 재조사…은행권 "무리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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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LTV 담합' 재조사…은행권 "무리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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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 LTV(담보 인정 비율) 담합 사건 의혹을 받는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LTV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담보 대비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은행권의 LTV 담합과 관련 제대로 된 직접 증거 없이 꼬리물기식 현장조사를 2년 넘게 이어가며 은행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4대 은행의 LTV 담합 의혹과 관련해 재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재심사' 명령이 내려진 지 약 3개월 만에 현장조사에 나선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 10~12일까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본점에 각각 조사팀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다. 우리·신한은행에 이어 추후 KB국민·하나은행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이 7500여개에 달하는 LTV 정보를 공유해 비슷한 수준으로 이 비율을 낮춰 잡는 등 이른바 '정보 교환 담합'을 이어왔다. 

이들 은행이 담보 가치 대비 대출 잔액 비율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이득을 취했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앞서 공정위는 2023년 2월 대출 금리와 수수료 등 담합 혐의로 KB국민·우리·신한·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곳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공정위가 4대 은행의 금리·수수료 담합 의혹에 대한 혐의를 파악하지 못하자 같은 해 '정보 교환 담합'으로 조사 범위를 넓히고, 농협·기업은행을 제외한 은행의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 교환 담합'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로,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과징금 규모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사건은 난해 말 제재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공정위 위원들은 제재 결정 대신 재심사 명령을 내리면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반면, 은행들은 조사 과정에서 LTV 정보 교환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부당 이익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LTV를 올려 대출을 많이 내주면 되레 이자이익으로 더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데, 담합까지 해가며 LTV를 굳이 낮출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이 대출 건전성을 들어 LTV 비율을 규제하는데, 공정위가 LTV를 높여 주지 않았다고 문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은행권 안팎에선 공정위가 LTV 담합과 관련 직접 증거도 없이 은행 경영의 발목을 잡는 무리하게 끼워 맞추기식의 조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보수적으로 담보 비율을 책정한 것인데, 이를 담합이라고 보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이에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11월 전원회의에서 새로 제기된 주장들이 있어 재심사 명령에 따라 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무리하게 끼워 맞추기를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신중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도 조만간 현장조사를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심사관은 현장 조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관계자 조사를 벌인 뒤, 심사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발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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