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연초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다. 가공식품부터 외식 메뉴까지 먹거리 전반으로 가격 인상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상기후로 일부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수입 단가가 높아지면서 식품·외식기업의 부담이 높아진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연쇄적인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인상된 품목이 많지만, 아직 가격을 올리지 못한 업체들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지수 상승률은 각각 2.7%, 2.9%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2.2%를 웃도는 수치다.
이러한 가운데 10여곳이 넘는 기업들이 무더기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먹거리 물가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SPC삼립은 오는 13일부터 포켓몬빵과 보름달을 비롯한 빵 제품 가격을 100원 인상한다. SPC 파리바게뜨 역시 오는 10일부터 빵 96종과 케이크 25종 가격을 평균 5.9% 올릴 예정이다.
동아오츠카는 지난달 1일부터 포카리스웨트, 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원씩, 대상은 지난달 16일 마요네즈, 후추, 드레싱 등 소스류 제품 가격을 평균 19.1%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17일부로 건빙과 제품 26종 가격을 평균 9.5% 인상하기로 했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의 커피·과채음료 및 아이스크림 일부 제품 가격도 오는 3월부터 200~300원씩 오른다.
커피 전문점들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섰다.
폴바셋은 지난달 23일부터 아이스크림 등 일부 메뉴 28종 가격을 200~400원 인상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달 24일부터 톨 사이즈 음료 22종 가격을 200~300원 올렸고, 같은 날 할리스도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상향 조정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인 컴포즈커피도 오는 13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각각 300원씩 올린다.
외식·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대표 메뉴인 와퍼를 비롯한 일부 제품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도 지난 3일 샐러드바 성인 이용료를 1800원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지속된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과 국민들의 부담을 고려해 기업에서 상승분을 감내해왔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수입 원재료인 커피 원두와 코코아 가격은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은 지난 6일 톤당 8905달러(약 1288만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주일 만에 8%, 한 달 전보다 27% 오른 수치다.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도 지난해 12월 18일 톤당 1만2565달러(약 1819만원)로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1만 달러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50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급등한 상황에서 올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점부 출범 이후 외환 시장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중이다.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식품기업 입장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무더기 가격 인상 행렬이 정부의 감시가 부재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 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 등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인해 정부의 물가 관리가 느슨해지면서 물가 안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현안을 공유,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다.
지난 11일 열린 간담회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제조 혁신, 기술 개발 등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기조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업계와 지속적이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업계의 추가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해소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