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루엔자(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 확산에 따른 사망자 급증으로 화장장 예약이 계속 밀리면서 전국 곳곳의 장례식장 영안실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빈소를 마련하지 못해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장례를 치르거나 일정 자체를 연기하는 등의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장례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안양 한림대성심병원 장례식장은 빈소 6곳이 가득 찬 관계로 3개 팀은 '입실 대기'를 해둔 상태였다.
간혹 여유 자리가 생겨도 영안실이 가득 차 당장 새로운 빈소를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호흡기 감염병 확산 추세 속 화장 수요가 많이 늘어나 화장장 예약이 밀리면서, 장례를 마치고도 발인 절차를 밟지 못한 시신들로 영안실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구 1천명당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 환자는 지난해 12월 첫째 주 7.3 명에서 이달 첫째 주 99.8명으로, 한 달 만에 14배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 메타뉴모, 코로나19 등 다른 호흡기 감염병까지 확산세를 보이며 사망자가 급증하며 영안실에 새로운 시신을 받기가 힘들어진 실정이다.
실제 한림대성심병원 장례식장 인근에 위치한 화장시설인 함백산추모공원의 경우 사흘 뒤인 26일까지 예약이 모두 차 있는 상태였다.
한림대성심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이전에는 화장장 예약이 몰릴 때도 대기 기간이 하루를 넘지 않았는데 요새는 삼일장을 치른 뒤에도 이틀에서 사흘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이 때문에 독감 유행이 빠르게 번졌던 한 달 전쯤부터는 영안실에 시신이 들어오면 4∼5일은 지나야 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빈소와 영안실이 포화 상태에 치닫는 사태는 비단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대구에 위치한 한 장례식장도 빈소는 물론, 시신 14구를 안치할 수 있는 영안실까지 가득 차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산의 유일한 화장장인 영락공원에는 최근 화장 예약이 급증하면서 일부 시민들은 인근 울산과 김해까지 찾아가 '원정 화장'을 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의 화장 수요에 비해 화장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증설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시덕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화장 수요에 비해 화장장이 현저히 적어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확산할 때마다 예약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베이비붐 세대 다수가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 30년 뒤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