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추울 때' 사고 부르는 '도로 위 암살자' 블랙아이스, 각별한 주의 필요
상태바
'적당히 추울 때' 사고 부르는 '도로 위 암살자' 블랙아이스, 각별한 주의 필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양 자유로서 눈길 차량 44대 연쇄 추돌 사고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블랙아이스'로 불리는 도로 살얼음은 한파 때뿐 아니라 '적당히 추울 때'도 많이 발생한다.

특히 도로 살얼음은 검게 보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대처하기 매우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4일 경기 고양시 자유로에서 발생한 44중 추돌사고 등 도로 살얼음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교통사고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도로 살얼음은 도로 위에 얇은 막처럼 형성되는 얼음을 뜻한다. 이는 매연과 먼지가 함께 섞여 검게 보여서 운전자가 알아차리기 힘들어 대처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도로 위 암살자'라고도 불린다.

빙판길은 강추위가 닥쳤을 때나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로에 살얼음이 끼는 원리를 생각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 비나 눈이 내리거나 기존에 쌓인 눈이 녹으면 아스팔트 틈 사이로 물이 스며든다. 이후 지표면 온도가 영하로 떨어졌을 때 물이 얼어 도로 살얼음이 된다. 기온이 영상이었다가 밤이나 새벽에 영하로 떨어지는 때 도로 살얼음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안개가 도로 면에 달라붙어 얼어도 살얼음이 된다. 겨울철엔 '쌓인 눈이 녹는 지역'에서 안개가 자주 발생한다.

원래 겨울은 건조해 안개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 찬 바람이 쌩쌩 불 때가 많은 점도 안개가 적은 이유다. 다만 쌓인 눈이 녹으며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지면 안개가 낄 수 있다.

도로 살얼음이 발생하는 다른 원인으로는 '어는 비'가 있다.

어는 비란 '액체인 비가 차가운 지면이나 물체에 닿아 급속히 얼면서 살얼음을 만드는 현상'이다.

어는 비는 대기 중·상층에서 만들어진 눈이 기온이 영상인 대기 하층을 지나면서 비로 바뀌며 나타난다.

대기 하층 대부분은 기온이 영상인데 지표면 부근 일부만 영하일 때 강수가 있을 때 어는 비 현상이 발생한다. 쉽게 말하면 따뜻한 공기가 어는 점 이하 기온을 가진 얇은 찬 공기 위를 올라탈 때 어는 비가 내린다.

대기 하층도 영하일 땐 빗방울이 영하에도 빙정이 되지 못한 상태인 '과냉각수적'일 때 어는 비가 내린다.

같은 영하라도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을수록 구름 속 과냉각수적 빗방울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어는 비는 한파 때보다는 추위가 다소 풀렸을 때 자주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도로 살얼음은 노면 온도가 대체로 지상 도로보다 낮은 교량, 햇볕이 잘 들지 않는 터널 출입구 등 응달에 많이 발생한다.

제설을 위해 염화칼슘이 뿌려진 도로도 살얼음이 낄 가능성이 높은데, 물에 염분이 섞이면 증발이 느려져 도로가 계속 축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지형적으로는 해안보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가 더 위험하다.

분지는 밤사이 지면 냉각이 잘 이뤄져 어는 비가 내릴 가능성이 커서다.

도로 살얼음에 의한 사고는 다른 사고보다 훨씬 위험하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도로 결빙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4609건이며 사상자는 7835명에 달한다.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은 사고 100건당 2.3명으로 도로가 얼지 않았을 때 사고의 치사율(100건당 1.5명)보다 높았다.

특히 한국교통연구원이 2015∼2019년 교통사고를 분석해보니 블랙아이스(서리·결빙) 교통사고 사망자(170명)가 적설로 인한 사고 사망자(46명)보다 3.7배 많았으며 사망자 수를 사고 수로 나눈 치사율도 블랙아이스 사고(3.3%)가 적설(1.6%)보다 높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