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로 최근 몇개월간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은행 이익의 기반인 예대금리차(대출-예금 금리)는 오히려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3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11월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00∼1.27%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 등)은 제외했다.
예대 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를 의미한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산술적으로 이자 장사를 통한 마진(이익)이 그만큼 많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과 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각각 1.27%포인트로 가장 컸고 이어 하나(1.19%p)·우리(1.02%p)·신한(1.00%p) 순이었다.
전체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의 11월 예대금리차가 5.93%포인트로 가장 컸다. 2∼4위에 오른 토스뱅크(2.48%p), 한국씨티은행(2.41%p), 카카오뱅크(2.04%p) 등도 모두 2%p를 상회했다.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모두 1%p를 넘어선 것은 2023년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으로 당시엔 NH농협 1.34%p, 우리 1.22%p, KB국민 1.13%p, 하나 1.11%p, 신한 1.01%p였다.
KB국민은행의 11월 예대금리차(1.27%p)는 2023년 2월(1.48%p)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1.00%p)·하나은행(1.19%p)·우리은행(1.02%p)은 작년 4월(1.02%p·1.20%p·1.22%p) 이후, NH농협은행(1.27%p)은 올해 1월(1.50%p) 이후 최대 기록이다.
한은의 은행권 11월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서도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1.41%p)는 2023년 8월(1.45%p)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나타났다.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확대는 지금과 같은 금리 하락기엔 매우 이례적이다.
올해 하반기처럼 기준금리 인하 등과 함께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시기에는 통상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예대금리차가 줄어든다.
하지만 상당수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8월 이후 11월까지 넉 달째 커지는 추세다.
시기상 3분기 수도권 주택 거래와 관련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주문했고, 은행권은 8월부터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금리를 지속해 올린 데 큰 영향을 받았다.
반대로 수신(예금)금리의 경우 은행들이 최근 몇 달간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하락을 명분으로 수 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예대금리차를 인위적으로 벌린 부분도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7일 예·적금 금리를 상품에 따라 0.05%p∼0.25%p 낮췄고 앞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 20일과 23일 예·적금 금리를 최대 0.25%p씩 내렸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수신(예금) 상품 금리를 한꺼번에 최대 0.40%p 깎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