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DB산업은행]](/news/photo/202410/615277_529707_1523.jpeg)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국책은행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이 연이은 구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도이치모터스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지원해준 데 이어 전범기업 사업에도 대규모 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나 질타를 받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범기업인 '미쓰이'가 최대주주인 사업에 1700억원대 대출을 해줬다. 특히 이 사업에는 일본 내 다수 전범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국책은행이 전범기업에 투자를 한 것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지난 18일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업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2022년 8월 대만 소재 하이롱 해상풍력발전사업에 투자했다. 대만 서부해협에 1022MT(메가와트) 규모의 해상 풍력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산은은 지난해 9월 이 사업에 1억2000만유로(한화 약 1712억원)를 20년 만기 대출해줬다. 예상 이자수익은 63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일본 전범기업 미쓰이가 이 사업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이 40%에 달한다. 미쓰이는 일제 강점기 뿌리 깊은 전범기업이다. 지난 2012년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강제동원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일본 전범기업 299개'에 등재된 바 있다.
이 사업에는 산은 외에도 다수 금융회사가 참여하는데 전범기업이 포함돼 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과 미쓰비시금융그룹(MUFG)이 각각 약 2100억원, 1400억원을 출현했다.
산은이 이 사업에 투자했을 당시 작성한 검토보고서엔 사업 주체인 전범기업에 대한 기록은 누락돼 있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어민 영업손실, 동·식물 서식환경 훼손 가능성 등에 대해서만 언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강 의원은 "산은은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투자 결정 과정에서 자연환경뿐 아니라 해당 사업의 수혜자가 전범기업이라는 내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 같은 투자 결정은 피해자들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비윤리적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산은은 "사업주체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앞서 산은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해준 사실이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
산은은 2021년 12월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대출을 승인했다. 대출 규모는 100억원 상당이다.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 및 재판이 한창 진행될 때였으나, 당시 대출심사보고서엔 주가조작에 대한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2022년 10월 도이치모터스에 시설자금 100억원, 운영비 200억원을 각각 빌려줬다. 지난해 2월 경엔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대주주인 권오수 회장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등 유죄를 선고했음에도 6개월 뒤 운영비 200억원을 추가로 내줬다.
당시 대출신청서엔 '대표가 바뀌었지만 영향이 크지 않다'고만 기재했을 뿐, 주가조작 수사나 권 회장 구속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에선 대주주의 사법리스크에도 대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점에 대해 산은이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보고, 국책은행 직무를 다 하지 않았다며 질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산업은행 측은 "현재 도이치모터스에 남아 있는 대출금은 966억원으로 회수에 문제가 없다"며 "수사 리스크는 있었지만 대출금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