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R 공개, 해결 대안 가능성 '미지수'…급발진, 실제 발생 확률 매우↓"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대부분은 '휴먼 에러'(Human Error, 사람의 실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자동차업계에서 나왔다.
급발진(SUA)은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을 말한다. 지난 7월 서울 시청역 교차로 차량 돌진 사고, 2022년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등 굵직한 사고들이 이어지며 자동차 업계·학계·소비자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에 올라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12일 서울 여의도 FKI 컨퍼런스 센터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를 공동 개최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로 인한 소비자 불안이 급증하고 있지만,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큰 화두는 '급발진 의심 사고'로, 관련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여전히 사회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관련 협회와 교수진 등 업계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급발진 의심 사고' 관련 정보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해 소비자 불안 해소에 나선 것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교수,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 박성지 대전보건대학교 교수, 조민제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이 주제 발표에 나섰다.
먼저 최영석 원주한라대 교수는 '사고 기록 장치(EDR)'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EDR은 교통사고를 분석하는 주요 도구"라며 "해외 및 국내에서 사고 기록 장치에 대한 신뢰성은 수만 건 이상의 사고 분석 결과를 통해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EDR 데이터 분석도를 높이기 위해 저장하는 데이터 항목을 추가하는 기준 개정 추진 중"이라며 "최신 차량은 각종 제어 장치로 인해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운전자 오조작 가능성이 높아져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오조작 방지 장치 기술 개발 혹은 운전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DR은 자동차 에어백 제어 장치(ACM)에 내장된 데이터 기록 장치를 말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이 발생하는 사고가 났을 때 에어백 전개 유무, 브레이크 등이 정상 작동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수만 건 이상의 교통사고 분석에 활용되는 법적 신뢰성을 확보한 장치이며, 국제 규격 및 글로벌 공통 장치다.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주요 증거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EDR 데이터는 법규에 따라 항목이 지정되며, 필수 저장 항목과 추가 저장 항목으로 구분된다. 충격 시점을 기준으로 5초간 데이터가 저장되며, 0.5초 간격으로 저장된다. 복잡하고 정밀한 데이터가 저장돼 사고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특히 개정된 법으로 인해 500가지 이상 카테고리로 상세하게 분류돼 기록된다.
이 장치는 기계 장치인 만큼 EDR 오류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차량 오류(데이터 오류)가 발생할 경우 EDR 데이터가 오류 데이터로 기록되기 때문에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전용 장비로 추출 및 암호화 해 조작이 불가능하다.
EDR은 급발진을 목적으로 만든 장비가 아닌 사고 상황을 보기 위한 것이다. 이에 제한된 정보를 저장해 해상도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는 법규 개정해 해상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영석 교수는 "EDR의 해상도를 높이면 결함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으나 한계가 있다"며 "페달 블랙박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분쟁 해결에 가장 좋은 솔루션이지만, 딥페이크에 의한 조작에 취약하다. EDR이 공개되면 급발진이 해결된다고 했으나 그러지 않았던 사례를 보면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자동차의 제동력은 차량 중량 및 속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게 설계돼 있으며,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을 통해 제동 신호와 가속 신호를 동시에 보낼 때 제동 신호를 우선하게 돼 있어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자동차는 무조건 속도가 감소 및 정차한다"고 밝혔다.
이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들이 브레이크가 딱딱해 기능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이에 대해 바로 잡기 위한 것이다.
이호근 교수는 "고장 나서 딱딱해진 브레이크도 강하게 밝으면 속도는 줄어들며, 액셀을 밟은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는 정지한다"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으면 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것이니 양 발로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주요 쟁점 중 하나인 브레이크 등에 대해서도 소개했는데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 등은 무조건 들어오게 돼 있으며, 고장 나서 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브레이크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다만 밟지 않아도 등의 불은 들어올 수 있으며, CU 작동과 무관하게 시동이 꺼져도 등은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급발진 있다고 믿지만 확률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가속이 되면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추세다. 급발진은 로또를 연속적으로 당첨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절차'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 시 나타나는 흔적 및 육안 검사 등 분석 기법을 소개했다.
박성지 교수는 "급발진 의심 현상은 가속 케이블 고착, 플로어 매트 간섭, 엔진 오일의 흡기 유입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며 "급발진 의심 현상은 운전 경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 대부분은 '휴먼 에러'(Human Error)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피력했다.
조민제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경찰청의 공학적 교통사고 조사 및 사례' 발표에서 "경찰청은 2017년부터 '교통사고 공학 분석'이라는 업무 프로세스를 교통사고 조사·분석에 도입했다"며 "경찰에 접수된 사건을 중심으로 사고 기록 장치(EDR) 분석과 차량 충돌 시뮬레이션 분석, 영상분석, 거짓말 탐지기 분석을 시행해 교통사고의 실체적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교통사고는 경찰로 접수되고, 해당 사건 중 급발진 등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대형 사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교통공단으로 이관돼 더 정밀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