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우리금융그룹(이하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을 1조5500억원에 패키지 인수하기로 한 가운데 여전히 매물로 남아있는 다른 보험사들은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고평가된 몸값과 부실 우려로 인한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 등 다양한 이유로 인수합병(M&A)이 잇달아 불발됐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 지분 75%와 ABL생명 지분 100%를 약 1조5493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승인했다.
올해 국내 M&A 시장에서 매물로 나왔거나 잠재매물로 거론되던 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 MG손해보험(이하 MG손보),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등 7개 보험사 중 첫 번째 M&A 성사다.
올해 첫 번째 M&A가 성사됐음에도 불구하고 M&A 시장에 남아있는 롯데손보, MG손보, KDB생명의 매각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가에 대한 의견 차이가 심하거나, 부실 우려로 인한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에 적합한 인수자가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롯데손보의 경우 올해 초까지는 보험사 M&A 시장 우량 매물로 평가받고 있었지만, 적정 몸값을 두고 현 최대 주주와 인수자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최근 동양·ABL생명을 인수한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본입찰 진행 이전까지는 롯데손보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높은 가격 등을 이유로 본입찰에 불참하며 연내 매각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롯데손보 최대 주주 측에서 희망하는 매각가는 2조원 중반에서 3조원 대로 알려졌지만, 우리금융과 업계 관계자들이 평가하는 적정 가격은 1조원 중반대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권고치보다 낮은 지급여력비율(K-ICS)도 매각의 걸림돌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3월 말 기준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현황'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경과조치 전 K-ICS는 146.4%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하회하는 수치다.
MG손보의 경우 최근 진행한 매각 재공고 입찰이 매각 주관사, 법률자문사 검토 결과 등을 바탕으로 최종 유찰 처리되면서 기존 재공고 입찰에 참여한 데일리파트너스, JC플라워, 메리츠화재 등 3개사와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MG손보의 매각 시도는 이번이 4번째다. 앞서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7월 매각 본입찰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3차 공개 매각이 불발된 바 있다.
MG손보의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판단되고 있지만, 지난 2022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자본건전성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MG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K-ICS는 금융당국의 권고치 150%를 크게 하회하는 76.9%다.
업계에서는 MG손보가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까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8000억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KDB생명의 경우 매각을 포기하고 자회사 편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KDB생명은 지난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을 지정했지만, 실사 과정을 넘지 못했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기준 K-ICS는 44.5%(경과조치 전)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이 자본 건전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약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이후 4년 만에 국내 금융그룹이 보험사 인수를 실시했다"라며 "고평가된 몸값 논란과 자본확충으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 문제가 해결된다면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를 노리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