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SK그룹이 사업 재편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SK그룹 산하 두 개의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통해 아시아 최대 민간 '에너지 공룡' 기업의 탄생 알렸다.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라 평가하며 합병 후 국내외 기관들의 비중 유지를 위한 매수세가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과 비상장 계열사 SK E&S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7일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승인되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신고를 거쳐 11월 1일 합병 법인이 공식 출범한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등극하게 된다. 사업 분야의 경우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정유, 석유화학, 재생에너지, 배터리 등과 SK E&S의 액화천연가스(LNG), 도시가스, 수소 등 에너지 분야를 모두 품게 된다.
합병을 통해 양 사는 외형적 성장 외에도 성장 모멘텀 확보,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손익구조 강화 등 3가지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30년 기준으로 통합 시너지 효과만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2조1000억원 이상을 예상하며 전체 EBITDA는 20조원 달성을 목표한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양사 모두 기존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에너지 핵심 사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합병으로 시장에선 주가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최종 도출까지 진통을 겪었던 합병 비율은 SK이노베이션 1대 SK E&S 1.19로 결정됐다. 이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각각의 기업가치를 근거로 산출됐다.
합병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 신주를 발행해 SK E&S의 주주인 SK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하고, SK이노베이션 신주는 11월 20일 상장될 예정이다.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 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비율은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 특히 소액주주의 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SK E&S보다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를 높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는 당초 예상보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도 "SK이노베이션 주주에 긍정적"이라며 "SK온 가치 정상화가 기대되고 악화하는 재무 상황에 SK이노베이션 내 SK온 가치는 사실상 '0' 수준으로 모회사 자금 출자 여력 확보 및 SK온 3사 합병을 통한 실적 조기 정상화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양 사 합병 후 시가총액은 11조5000억원(7월 17일 기준)에서 17조7000원으로 6조2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코스피 37위에서 22위까지 급상승하는 것이다.
합병을 알린 첫날(7월 17일) 시장의 우려 대비 양 사의 합병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며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보다 6400원(5.56%) 올라 장 마감했다. 18일 개장 직후에는 기대감이 반영되며 전장 대비 7.18% 올라 거래되기도 했지만 이내 힘을 잃고 하락 전환해 거래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는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 해왔던 자산 매각 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SK온 자금 지원 필요성이 사실상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합병을 통해 국내외 기관들의 비중 유지를 위한 매수세가 기대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