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지나도 오색 영롱한 빛…고려 나전상자, 일본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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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지나도 오색 영롱한 빛…고려 나전상자, 일본서 돌아왔다
  • 인터넷팀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9월 06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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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알려지지 않은 13세기 작품 추정…국내서도 고려 나전은 3점뿐
국화·모란덩쿨 등 자개 4만5천개 눈길…日 소장가가 130년 보관
고려의 빛 담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환수 언론공개회'에서 공개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고려시대의 뛰어난 공예 수준을 보여주는 유물이자 그동안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귀한 나전칠기가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올해 7월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인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공개했다.

나전칠기는 무늬가 아름다운 전복이나 조개, 소라 껍데기를 갈아 얇게 가공한 자개로 문양을 만들어 붙여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을 뜻한다.

특히 고려의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 미술의 정수이자 최고 공예품으로 꼽히지만, 현재 남아있는 유물은 전 세계에 20건도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의 빛 담고'

이번에 돌아온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13세기 중반에서 후반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추정된다.

유물은 가로 33.0㎝, 세로 18.5cm, 높이 19.4cm 크기의 상자 형태로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문양인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등이 고루 쓰였다.

뚜껑과 몸체에는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 자개가 감싸고 있고, 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를 장식해 화려함을 더했다.

바깥쪽에는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한 연주(連珠) 무늬 약 1천670개가 촘촘히 둘러싸고 있다. 상자에 사용된 자개만 해도 약 4만5천개에 달한다.

고려의 빛 담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각 문양을 표현한 방법은 '공예 기술의 집약체'라 불리는 나전칠기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화꽃무늬를 감싼 넝쿨줄기는 C자 형태의 금속선으로 정교하게 표현했다.

국화꽃무늬의 경우, 중심원의 지름이 약 1.7㎜, 꽃잎 하나의 크기가 약 2.5㎜일 정도로 매우 작은데 꽃잎 하나하나에도 음각으로 선을 새기는 등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 썼다.

유물을 살펴본 이용희 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장은 "고려 나전칠기의 핵심적인 무늬와 구성 요소가 잘 남아있으며 세밀한 문양 표현과 빛나는 색감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약 800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유물의 상태는 좋은 편이라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약 1년간의 노력 끝에 유물을 환수할 수 있었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일본의 한 개인 소장가 창고에서 100년 이상 보관해 왔는데, 3년 전 이를 사들인 고미술 관계자가 지난해 재단 측에 연락하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이 관계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귀한 유물'이라고 설명했고, 재단은 여러 차례 조사와 협상을 거쳐 복권기금을 활용해 유물을 살 수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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