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열풍 끝 참극…투자실패 원한에 납치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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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열풍 끝 참극…투자실패 원한에 납치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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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23년 04월 09일 2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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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경우가 납치살인 제안, 재력가 부부 7천만원 지급"
애초 피해자 남편도 타깃…빼앗을 코인 없자 계획대로 살해
강남 납치·살인' 3인조 검찰 송치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가 9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지난달 말 발생한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가상화폐 투자를 둘러싸고 이해관계로 얽힌 인물들이 반년 전부터 계획해 저지른 청부살인으로 사실상 결론났다.

경찰은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모(51·구속)·황모(49)씨 부부가 투자 실패의 책임을 놓고 피해자 A(48)씨와 민·형사 소송을 벌이는 등 원한을 품은 끝에 역시 투자자 중 한 명인 이경우(36)를 시켜 A씨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이경우가 부부에게 피해자 A씨와 그의 남편의 납치·살인을 제안했고, 부부가 작년 9월 착수금 2천만원 등 총 7천만원을 지급하면서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 변심한 이경우, 보복 노린 재력가 부부

경찰은 주범 이경우가 A씨 납치살해를 구상한 뒤 피해자와 갈등을 빚던 재력가 유씨 부부, 범행을 직접 저지른 황대한(36)·연지호(30)에게 각각 제안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경우와 유씨 부부, A씨의 관계는 2년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부는 2020년 10월께 피해자 A(48)씨를 통해 미세먼지 관련 P코인에 1억원 상당을 투자하고 함께 홍보·마케팅에도 나섰다.

2020년 11월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 상장된 P코인은 한 달여 만에 1만원대로 고점을 찍고 급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시세조종 세력이 있다는 의심이 나왔다.

'납치·살인 배후' 의혹 재력가 영장실질심사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모 씨가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황씨를 의심한 A씨와 이경우는 일부 투자자와 함께 이듬해 3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황씨를 찾아가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빼앗았다.

코인으로 8천만원을 날리고 어려움을 겪던 이경우는 같은 해 9월께 부부를 찾아가 공갈 사건을 사과했다.

황씨는 용서를 구하는 이경우에게 "사실대로 말해줘서 고맙다"며 차용증을 쓰고 3천500만원을 빌려주고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취업도 시켜줬다.

비슷한 시기 황씨는 공갈 사건 배후에 A씨가 있다고 보고 A씨를 상대로 P코인에 투자한 1억원을 돌려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경우는 이 소송에 필요한 정보를 A씨로부터 빼내 알려주며 신뢰를 얻었다.

부부와 가까워진 이경우는 지난해 7∼8월 A씨 납치살해를 구상했다. 그는 황대한에게 A씨의 직업과 재산, 재력가 부부와 갈등 관계를 언급하며 "코인을 뺏고 현금 세탁하는 걸 재력가 부부에게 부탁해보자"고 말했다.

각종 소송으로 A씨와 갈등을 빚던 부부도 이경우의 제안에 동의했다. 부부는 "피해자에게 코인이 몇십억 있을 것이다. 잘 해보자. 코인을 옮기고 현금 세탁하는 걸 도와주겠다"며 승낙한 뒤 착수금 2천만 원을 포함해 모두 7천만원의 범행자금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 납치 1시간 뒤 피해자 코인계좌 열어봐

유씨 부부는 A씨가 납치된 이후에도 범행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 경찰은 이경우와 유씨가 대포폰을 사용하고, 유씨가 이경우에게 A씨의 가상화폐 소유 여부를 확인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파악했다.

황대한과 연지호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귀가하는 A씨를 납치해 휴대전화 4대와 현금 50만원이 든 가방을 빼앗았다. 이들은 대전으로 내려가던 중 경기 용인시에서 이경우를 만나 휴대전화 등을 전달했다. 이경우는 지난달 30일 오전 1시께 용인에 있는 호텔에서 유씨에게 A씨 휴대전화와 황대한이 캐낸 비밀번호를 넘겼다.

계좌조회 결과 A씨가 가상화폐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일당은 애초 계획대로 A씨를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황대한은 A씨 계좌에 20억∼30억원 상당의 코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현금화해 본인이 5억원가량 받은 뒤 절반을 연지호에게 나눠주려 했다고도 말했다.

경찰은 유씨와 이경우의 통화기록, 용인 호텔의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두 사람의 접촉 사실을 파악했다.

이경우는 범행 이튿날 오후 2시께 유씨를 다시 만나 황대한과 연지호의 도피자금으로 모두 6천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씨는 "당장 그런 돈을 구할 수는 없다. 배를 알아보라"며 밀항을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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