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장용준 기자 | 건설업계 수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울산광역시 중구 B-04구역 재개발 사업을 위해 맞손 잡았다. B-04구역은 지방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손꼽혔던 사업장이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으면서 시공사 선정이 지지부진했다. 이에 조합은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이례적으로 업계 1, 2위인 두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이뤄주기를 요청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통보를 마쳤다. 향후 과제는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를 짓기 위한 공사비 산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5일 중구B-04구역 재개발조합이 시공자 선정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지정했다. 조합은 올해 상반기 내에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이곳은 울산시 중구 교동 일원 32만9926㎡에 용적률 243.94% 및 건폐율 21.29%를 적용해 지하 4층~지상 29층 아파트 55개동 총 4080가구(임대 206가구 포함)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조합원 분양분만 1134가구에 일반분양 가구수도 2946가구다. 추정 사업비 2조원이 넘는 데다 예상 공사비만 1조2000억원에 이른다.
당초 롯데건설·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조합과의 공사비 이견이 있었고, 롯데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사용을 거부하면서 지난해 6월 총회에서 시공권이 해지됐다. 당시 조합 집행부도 교체되는 과정이었고,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도 큰 이슈였다.
이에 전국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래미안' 브랜드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곧바로 입찰 참여 의지를 보였다. 현대건설도 고급 브랜드 '디 에이치'를 내세워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중요 거점인 울산 도심의 대형사업을 놓칠 수 없다는 의지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조합은 지난해 입찰 진행 시 컨소시엄 불가를 선언했다. 하지만 앞서 4회에 걸친 입찰이 모두 유찰됐다. 이에 조합이 수의계약 전환을 결정하면서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곳은 지난해 상반기에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손꼽히면서 삼성과 현대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했다"면서 "문제는 하반기부터 몰아닥친 부동산 침체와 원자재 인상 등의 악재가 쌓이면서 조합이 원하는 공사비를 맞추기가 힘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의 1차 입찰과 11월의 2차 입찰은 단독 수주만 가능했으나 12월에 열린 3, 4차 사업설명회에서는 컨소시엄 가능으로 조건이 완화됐음에도 국내 1, 2위 건설사가 수주를 이루지 못한 것도 결국 부동산 경기침체의 영향이다.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요즘 같은 시기에 1조가 넘는 공사비에 2조가 넘는 사업비라는 게 특정 건설사가 감당하기는 힘들기는 할 것"이라면서 "다만 두 건설사 모두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수주 의지는 지속적으로 비쳐오고 있어 아파트 이름을 어떻게 정할까 하는 궁금증이 드는 상황"이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룬 것은 지난 2021년 서울 금호동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이후 처음이다. 컨소시엄은 조합과 사업 조건 및 양사 지분 관계를 정리하고 아파트 이름 등을 정하는 과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면 3월 입찰에 이어 4~5월께 총회를 통해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관건은 양대 건설사와 조합 간 공사비와 사업비 책정에 대한 눈높이를 어떻게 맞추느냐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지방 최대 재개발 사업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만큼 사업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부동산 경기침체와 원자잿값 인상으로 인해 비용 부문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조합이 아파트 단지명을 하이엔드 브랜드로 맞추고 싶다면 공사비 산정은 어려운 셈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단일 브랜드이기에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의 경우엔 기존 '힐스테이트' 브랜드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조합이 기존에 책정했던 공사비보다 높지 않으면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사업은 이례적으로 조합이 양 건설사에 컨소시엄을 통한 수의계약을 요청한 것이라 칼자루를 예전처럼 조합이 들고 있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