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고유가·실적 호황에도 리스크 우려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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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고유가·실적 호황에도 리스크 우려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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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고유가로 인한 실적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유가가 오르는 것과 함께 정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뛸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정유사의 이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널뛸 수 있다는 게 불안요소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이 리스크별 시나리오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빅4 정유사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가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5조4715억원, 영업이익 6204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각각 67.44%, 23.45% 오른 수치다. 이 가운데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8440~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정유부문 예상 실적을 매출액 11조1000억원(전분기 8조6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전분기 2219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를 두고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싱가폴 정제마진이 6.5달러(전분기 6.1달러)로 상승했고 베이징 올림픽 전후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중국 정유설비 생산을 줄였기 때문"이라며 "정유설비 가동률도 80~85%(전분기 68%, 생산능력 115만배럴/일)로 높이면서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제유가가 전분기 78달러에서 올해 1분기 96달러까지 상승하면서 재고관련이익 규모는 4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원유의 수출은 310만배럴 줄어들 수 있어 국제유가는 100달러 이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키움증권 역시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 지속으로 석유사업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와 가스 가격 급등으로 석유개발 사업 실적도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쓰오일도 매출 8조5427억원, 영업이익 6538억원으로 각각 59.83%, 3.91%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정유 부문 호실적이 예상된다.

이달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2.1달러로 전주(5.7달러)보다 6.4달러나 급등했다. 주간 정제마진이 10달러를 돌파한 것은 2년 6개월 만의 일이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제재로 정제마진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레벨에 도달했다"며 "특히 유럽 내 수입의 약 20~50%에 달하는 러시아산 공급차질 우려로 등유와 경유 강세가 두드러졌고 전반적으로 공급 감소가 불가피한데 재고도 낮아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였다"고 짚었다.

이같이 증권가에서 일제히 정유업계의 호실적을 예상하는 반면 빅4는 고민이 많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수익은 결국 정제마진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이렇게 두고 본다면 현재의 고유가가 반갑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고 휘발유와 경유로 만들어야 비로소 수익이 나는 것이다 보니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이는 현재 정유사가 처한 현실을 말한다. 원유를 수입해 온 원가에 포함되는 원유가격과 수송비 등을 제외한 정제마진(제품가격-원가)이 높아야 이익을 얻는데 현 상황에서는 그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 상황처럼 유가가 치솟고 제품가가 오른다 해도 경기가 악화돼 수요가 따르지 못하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불안요인이라고 꼽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덩달아 오르고 있어 재고 이익이 증가한 것은 호재이지만 일단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라며 "향후 수요가 계속해서 따라줄지 정제마진 둔화시기가 올지에 따라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악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충돌이 장기화돼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책을 준비할 수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유사들도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해야 할 형편이 돼서 유가가 더 치솟으면 결국 정제마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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