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정화용 엔터하츠 대표
상태바
[초대석] 정화용 엔터하츠 대표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7월 19일 07시 54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약사·큐그레이더 출신 노하우로 잘자커피·커피맥주 등 신개념 제품 개발
"코로나19 이후 로컬택트 뜨고 디카페인 성장세"
정화용 엔터하츠 대표와 그의 개발 제품인 잘자커피 시리즈.
정화용 엔터하츠 대표와 그의 개발 제품인 잘자커피 시리즈.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커피 산업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 속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생소하던 무인 키오스크는 일상이 됐고 감염을 우려해 집에서 고급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시는 홈카페족도 급격히 늘었다.

약사 출신이자 1세대 큐그레이더(Q-Grader, 커피 감별사)인 정화용 엔터하츠 대표는 코로나19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소개한다. 그는 커피 전문점 엔터하츠와 윤중싸롱을 운영하며 킨트리 최고책임기술자(CTO)로, 한국커피협회 교육 프로그램 개발 업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디카페인 커피에 불면 걱정을 덜어 줄 수 있는 양한방 성분을 추가한 '잘자커피' 시리즈는 그의 노하우가 집약된 신개념 제품이라고 자신한다.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정화용 대표를 컨슈머타임스가 만났다.

Q. '약사 출신 사업가'이자 '1세대 큐그레이더'라는 타이틀이 흥미롭습니다. 커피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 어릴 적부터 식음료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대학생 때부터 틈틈이 요리도 배우고 요식업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졸업 후 약사로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했죠. 두 가지를 병행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커피를 만났습니다. 약사로서 배운 생물 관련 지식이 '커핑'(커피 맛을 보는 행위)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됐고 화학 지식은 '로스팅'을 가르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후 커피 아카데미에서 강사로 활동을 하며 점차 제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습니다. 강의를 하다 보니 주변에서 제가 직접 볶은 원두를 납품 받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고 이것이 저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사명인 엔터하츠는 enter와 heart를 합친 말인데요. 'enter your heart'라는 소통의 의미와 'the heart of entertainment'라는 즐거움의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Q.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엔터하츠'와 생과일 콘셉트의 '윤중싸롱'을 론칭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 처음 커피를 시작할 당시에는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보자는 큰 포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의 경우 동일한 기계로 동일한 세팅에서 커피를 내려도 바리스타의 손맛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엔터하츠와 윤중싸롱의 경우 조금 더 정성을 들이기 위해 시럽과 소스를 직접 만들고 과일도 생과일로 사용하다 보니 프랜차이즈 스타일과는 점차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프랜차이즈로의 성장을 포기한 대신 단골 손님들이 생겼고 맛에 대해서는 인정을 받았습니다.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최근 커피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카페인으로 인한 불면을 줄이되 스페셜티 커피의 맛을 살려보자는 의도에서 '잘자커피' 시리즈를 개발했고 ㈜크래머리 브루어리와 협력해 '커피 맥주' 제품도 론칭했습니다. 또 '아는 만큼 맛있다'는 모토를 앞세운 유튜브 채널 '먹스커버리'를 운영하며 먹거리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엔터하츠와 윤중싸롱을 비롯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알리고자 노력할 방침입니다.

Q.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커피 소비자들의 변화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 전반적으로 모두들 어려운 시기지만 위기 속에는 새로운 기회도 함께 합니다. 무인 결제 시스템인 '키오스크'를 활용한 언택트 주문 체계가 활성화되고 모바일 원격주문, 배달 프로그램 등의 사용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또 예전에는 중국집, 피자, 치킨이 주를 이뤘던 배달 음식이 이제는 커피 한잔을 주문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죠. 저희 매장도 배달의 덕을 크게 봤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언택트에 대한 반작용으로 '로컬택트'라는 단어가 탄생한 점입니다. 믿을 수 있는 내 집, 내 근처에서 안전한 생활을 누리기 위한 방법으로 로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인데요. 이를 반증하듯 오피스 상권은 재택근무 증가로 매출이 감소한 반면 동네 상권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기도 합니다. 엔터하츠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커피 원두 소매 판매가 확연하게 늘어났습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디카페인 시장도 성장했습니다. 저 또한 디카페인 시장에 관심이 생겨서 스타트업 '킨트리(Kintri)'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며 디카페인 커피를 이용한 잘자커피 시리즈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얼마 전 제품 생산에 사용할 디카페인 생두를 구입하는데 수급이 부족해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국내 디카페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Q. 해외 커피 농장과의 협력에는 차질이 없나요?

== 커피 산지로 유명한 중미의 경우 직항이 없는 경우가 많아 미국을 통해 환승해서 방문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산지에 방문하면 새로운 농장도 발굴하고 다양한 커피 시음도 했었는데 이러한 업무는 완전히 멈춘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또 최근 브라질 커피 농사가 기록적인 가뭄으로 생산량이 급감했습니다. 여기에 콜롬비아의 정치적인 불안정이 겹치며 전세계적으로 커피 값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많은 업종이 그렇겠지만 커피 산업 또한 전세계와 연결돼 있어서 전염병, 환경, 지구 온난화 등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자는 데서 출발합니다. 본연의 맛을 알고 커피에 대한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커피의 산지, 농장, 농장주에 대한 관심까지 생겨납니다. 결국 커피 공급 사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정 무역'과 '바른 소비'까지 생각하자는 것이 스페셜티 커피의 정신입니다. 커피인으로서 현재의 시국이 정말 답답하며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한국 소비자들은 주로 어떤 원두를 즐겨 찾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신맛이 나는 커피를 선호합니다. 신맛도 알고 먹어보면 단순히 시큼한게 아니라 사과와 같은 은은한 신맛, 베리류의 새콤달콤한 신맛, 꽃과 같은 화사한 신맛, 레몬·오렌지와 같은 톡 쏘는 신맛 등 상당히 다양합니다. 이를 비교해서 마시면 재미있지요. 제가 처음 카페를 오픈하며 신맛이 나는 커피를 선보였을 때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상당수 목격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커피가 상한 것 같다는 컴플레인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이 워낙 트렌드에 민감하다 보니 점차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도 매장에서 산미 있는 원두 보다 고소한 맛의 원두 판매가 앞서고 있지만 매년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신맛은 커피 생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입니다. 로스팅을 강하게 하면 신맛이 없어지고 쓴맛, 탄맛이 강해지며 로스팅을 약하게 하면 고유의 신맛이 올라옵니다. 좋은 커피를 살짝 로스팅해 본연의 맛을 즐기자는 것이 스페셜티 커피의 생각입니다. 다행히 이러한 커피를 이해하고 찾아 주시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Q.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빠르게 올라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 예전에 교육을 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강배전(강하게 볶은) 커피를 즐기던 분들이 8주 교육이 끝날 때 쯤이면 섬세한 스페셜티 커피로 입맛이 바뀌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커피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며 본연의 신맛을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반면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분이 강배전 커피로 입맛이 바뀌는 경우는 아직 본 기억이 없습니다. 소비자들도 점차 다양한 커피에 노출되며 본인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 뿐 아니라 식품 관련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와인의 경우에도 다양한 산지, 농장, 품종의 와인 중 본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골라 마실 수 있죠. 마니아들은 더 독특하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숨겨진 와인을 찾습니다. 위스키, 수제맥주, 치즈, 초콜릿 등 다양한 식품군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고요.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들이 발빠르게 이러한 흐름을 만들어 나갔고 프랜차이즈들도 뒤늦게 스페셜티 시장에 합세하고 있습니다.

Q. 스페셜티 커피만의 장점을 하나 더 짚어주신다면요.

== 스페셜티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건강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로스팅을 약하게 해 신맛이 나는 커피의 경우 항산화 성분인 클로로겐산이 풍부합니다. 반면 로스팅을 강하게 할 경우 클로로겐산이 대부분 파괴될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탄화되기까지 합니다.

◆ 정화용 엔터하츠 대표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과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친 약사 출신이다. 제약회사 개발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요식업에 도전했다. 커피 맛에 대한 정보가 국내에 부족했던 당시 미국으로 건너가 커피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큐그레이더로 활동 중이다. 현재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엔터하츠, 생과일 콘셉트를 앞세운 윤중싸롱을 운영하고 있다. 제약회사 개발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잘자커피 시리즈, 커피맥주 등 다양한 식음료 제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트 채널 '먹스커버리'를 개설해 소비자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