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액 세금체납자들이 재산을 숨겨 두는 수단으로 쓰던 가상화폐가 압류되자 "매각을 보류해 달라"며 서둘러 밀린 세금 납부에 나섰다.
서울시가 23일 공개한 고액 세금체납자들의 가상화폐 보유 사례 중 평가금액이 가장 많은 사람은 125억원어치를 보유한 서울 강남구의 모 병원장 A씨였다.
그는 가상화폐를 압류당하자 10억원의 체납 지방세 중 5억8천만원을 즉시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납세 담보를 제공하며 가상화폐 매각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체납액이 2천만원인 체납자 B씨는 가상화폐 3백만원을 압류당한 후 "매월 0.75%의 중가산금이 추가되어도 좋으니 당장 추심하지 말고 2년 후 추심하면 모든 체납세액 및 중가산금이 충당되고도 나한테 돌려줄 금액이 있을 것"이라며 시에 매각보류를 요청했다.
학원강사인 C씨는 지방세 5천600만원을 체납하고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납세 의무를 회피해 왔으나, 평가금액이 31억5천만원인 가상화폐가 담긴 전자지갑이 압류되자 사흘 만에 체납 세액 전액을 납부했다.
무직인 체납자 D씨는 2010년에 부과된 지방소득세를 체납하고 그간 "세금을 낼 돈이 없다" 등 이유를 들며 11년간 내지 않고 있었으나, 1억7천만원어치의 가상화폐가 서울시에 의해 발견돼 압류되자 체납액 3천700만원 전액을 곧바로 납부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 가격 폭등으로 가상화폐 가치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체납세금을 납부해 압류를 푸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