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18일 발표한 고열량저영양 식품 기준은 앞서 지난달 내놓은 나트륨 함량 기준을 크게 완화한 것으로 상당수 컵라면 제품이 판매 제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식품안전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2일 당정협의를 거쳐 컵라면 등 식사대용품의 1회 나트륨 함량이 600mg 이상이면 학교 주변에서 퇴출되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분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식약청이 1월 발표한 고열량저영양 식품 기준(1회 나트륨 함량 1천㎎)을 적용할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컵라면의 90%가량이 판매와 광고가 제한되는 반면 햄버거와 피자 제품은 22~30%만 제한 대상이 돼 '정크푸드' 퇴출이라는 당초 입법취지가 훼손된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였다.
당시 식약청이 1회 나트륨 함량 기준을 1천㎎으로 정하면서 대부분의 햄버거와 피자가 판매 제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되자 한나라당은 지난 2월 당정협의를 거쳐 나트륨 기준을 원래의 600㎎으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했고, 식약청도 나트륨 기준을 강화한 내용으로 고시 제정안 입안예고를 했다.
그러나 당정은 이번에 결국 식품업계의 반발에 밀려 '국물이 있는 유탕면류', 즉 컵라면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나트륨 기준을 400㎎ 높인 1천㎎으로 적용키로 한 것이다.
정부가 17일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광고시간 제한 문구를 하위법령에서 삭제한 채 국무회의를 통과시킨 데 이어 이날 식약청이 고열량저영양 식품 선정기준까지 완화함에 따라 어린이 먹을거리 대책이 '용두사미'가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컵라면의 평균 나트륨 함량이 1천700㎎이나 되기 때문에 600㎎을 기준으로 정하면 식품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며 "일단 1천㎎으로 예외규정을 적용한 후 점진적으로 나트륨 함량이 낮은 제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염분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나트륨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지 한 달도 안돼 라면에 대해서만 예외를 적용키로 한 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방향도 소비자들과 업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또 다른 식사대용품에 대해서는 기준을 입안예고된 대로 600㎎를 유지할 경우 이들 업체의 반발과 함께 규제심사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식약청은 확정된 '어린이 고열량저영양 식품 영양성분 기준안'에 대한 규제심사를 거쳐 4월께 고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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