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도미노' 자동차 ·가전'사죄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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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도미노' 자동차 ·가전'사죄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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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미로 막을 것을…"산업계 소비자 눈치보기

 

'리콜'이라는 이름의 먹구름 세계 산업계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日 도요타자동차로 대표된 자동차 업계와 더불어 최근 가전업계에까지 '진운(陣雲)'은 점차 '리콜'이라는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연관산업에 미치게 되는 도미노식 악영향과 유럽발 국가부도위기, 채 가시지 않은 유동성위기 등 제반 시장여건을 감안했을 때 탈출해법을 찾기도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기업들은 사상 유례없는 '소비자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먹구름의 진원지가 다름아닌 국내외 소비자였기 때문이다.  

 

◆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매함

 

美 경찰관 일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해 8월 도요타 '렉서스' 가속페달 결함 사고는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월 초 공개된, "우리는 지금 렉서스 안에 있어요"로 시작된 실제 사고당시의 육성은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을 이끌어 냈던 결정적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금 시속 200㎞로 돌진하고 있는데 엑셀레이터가 꽉 끼어서 움직이지 않는다큰일났다브레이크도 말을 듣지 않는다교차로가 눈 앞인데잡아잡아제발제발…"로 끝을 맺는 육성은 죽음을 눈앞에 둔 소비자의 본능적인 제보였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잇단 결함관련 제보에도 '꿈적' 하지 않던 도요타가 죽음과 맞바꾼 제보에는 민첩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된 기업의 우매함이 엿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리콜과 관련한 미 의회비공개회의에서 복수의 도요타 고위직 인사들은 '가속페달 결함을 이미 알고 있다'고 시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사용자들로부터 이상증상이 접수돼 왔으나 사회적 파장을 우려, 내부적으로 쉬쉬해 왔다는 얘기다.

 

이 같은 판단오류는 30여년 간 미국시장에서 쌓아 올린 명성을 비롯 2007년 美 제너럴모터스(GM)사를 꺾고 매출과 판매대수 모두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선 금자탑을 허무하게 깨버렸다.

 

소비자의 평소 지적을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경쟁사인 현대자동차에게는 긍정적인 학습효과를 가져다 줬다. 다만 도요타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그간의 행보는 지울 수 없었다.  

 

◆ 사상 유례없는 대소비자 '사죄열전'

 

현대차는 도요타 사태 이후 미국 현지에서 자체리콜을 실시하는 '민첩성'을 보였다. '앞문 잠금 장치 결함' 증상을 보인 신형 쏘나타가 그 대상이었다.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까지 범위를 넓혔다.

 

그러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 같은 결함이 이미 지난해 국내에서 발견됐고 이미 사측에 통보를 해왔다는 것이 골자다.

 

문제의 부품이 장착된 46000여대의 국내 생산 차량에 대해선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미국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리콜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차별'로 비쳐지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으로 수출된 투싼 ix500여대(조수석 에어백 작동오류)를 대상으로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된 제품과는 사양이 달라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는 없으나 경우에 따라 신형 쏘나타와 같은 '차별사례'(?)가 추가될 수 있었던 상황이다.

 

GM과 폴크스바겐, 푸조, 혼다, 스즈키자동차 등 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도 최근 '리콜' 대열에 과감히 몸을 던지고 있다.  

 

GM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판매 중인 시보레, 폰티악 차종 130만대를 파워스티어링 휠 작동 결함으로 리콜키로 전격 결정했다.

 

폴크스바겐은 뒷바퀴 베어링 결함을 이유로 (브라질 19만대, 멕시코 2만대), 푸조는 체코에 설립한 공장에서 생산한 일부 모델 (브라질 14000대 가량)을 각각 리콜했다.

 

스즈키자동차는 빗물이 스며들면서 에어컨 전기장치가 고장나 발생한 화재 2건 등 85건의 불만신고를 자국 소비자들로부터 받았다며 리콜발표 직후 "불편을 끼친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에 사상 유례없는 대소비자 '사죄열전'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가전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 소비자 '눈치'를 잘 보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

 

지난해 말 지펠냉장고 폭발 사고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회장의 '대노'를 샀던 삼성전자, 어린이 사망사고를 유발시킨 디오스 드럼세탁기의 LG전자 등도 '리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고 있으나 '리콜'에 준하는 조치를 국내외 각 가전업체들이 암암리에 취하고 있다는 것이 복수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소비자들이 '경고'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서 일까? 그렇지 않다.

 

한국 소비자원이 별도의 소비자 제보채널을 마련했을 정도로 각종 불만 사례들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가전업계를 양분하면서 세계 가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규모' 탓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비자들의 단골 입방아 메뉴다.

 

근래 들어서는 TV관련 제보들이 새롭게 줄을 잇고 있다. LED TV 빛샘현상 △고주파음 발생 △제품 마감처리 불량 등이 대표적이다. 과열된 신제품 출시 경쟁이 빚어내는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소비자 중심이 아닌 생산자 중심, 즉 소비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기업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자동차업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소비자의 안전은  무분별한 가격경쟁에 가로막혔다. 이는 저급부품으로 연결됐고, 저급자동차를 양산했다.

 

삼성-LG TV 경쟁도 이와 맥을 함께 한다.

 

업체의 손익계산, 과열경쟁 앞에 소비자들의 권리가 철저히 외면당한 형국이다.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리콜' 시한폭탄을 서로 얼싸안고 있는 형국이다.

 

도요타가 자동차업계에 부여한 학습효과를 국내외 산업계 전체가 고루 나눠가져야 한다.

 

소비자들의 눈치를 잘 보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가 바야흐로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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