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꼼짝없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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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꼼짝없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 민경갑 정진영 기자 mingg@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3월 28일 0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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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데이팅 르포 ㊦] 이음 측 본보 기자에 서비스차단 '꼼수'

온라인상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아 실제 '소개팅'으로 연결해주는 '소셜데이팅' 서비스가 10~20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업체인 이음(대표 박희은)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회원수 70만명을 돌파했다. 하이줄리엣, 코코아북 등 경쟁업체들의 성장곡선도 가파르다.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는 이성을 찾는다는 측면에서 기존 결혼정보 업체의 기능과 크게다르지 않다. 다만 금전적 부담이 크게 적고 학벌이나 재산 등 접근장벽이 없어 학생들이나 직장 초년생들이 부담 없이 찾고 있다.

문제는 이렇다 할 본인확인절차 없이 무분별한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 심지어 가공의 인물 정보로도 손쉽게 회원가입은 물론 실제 만남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최근 사회상을 놓고 보면 위험천만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벤처기업'이라는 명패를 앞세운 채 '잔돈푼'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힘든 이유다.

본보는 지난 2주간에 걸쳐 업계 1위인 이음의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 봤다. 업체들의 허술한 본인확인 시스템과 더불어 범죄발생 개연성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남녀기자 1인이 회원가입부터 즉석 만남에까지 전 과정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민경갑 정진영 기자] (본보 27일자'소셜데이팅 범죄 양산의 온상 될까 겁난다'에 이어 계속)

카페 안에는 기자와 A씨 둘 뿐이었다. 그렇게 10여 초가 흘렀을까. A씨가 정적을 깼다. 자신 역시 전공과 관련된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는 설명이었다.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스쳤다. 범죄의도를 가지고 나온 사람이라면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이 뻔했다.

"나는 남자라서 큰 걱정이 없지만 여성은 정말 위험할 것 같아요. 만약 어떤 남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이 자리에 나왔다면 상대방 여성은 꼼짝없이 당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일이 생기면 안되겠지만 먹는 음식에 몰래 (향정신성) 약을 탈 수도 있고……"

◆ 3월 23일 (남성 이용자 시각)

합정역에서 만나기로 한 상대녀 B씨는 갑자기 출근할 일이 생겼다며 약속시간을 1시간 미뤘다. 예정보다 늦은 오후 3시에 도착한 B씨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는 괜찮다는 말로 화답했다.

늦은 점심은 피자로 해결했다. 이런저런 잡담으로 어느덧 1시간을 훌쩍 넘겼다. 피자를 거의 먹었을 때쯤 취재배경을 설명했다. B씨가 알고 있던 기자의 직업, 종교, 학력 등도 전부 거짓임을 밝혔다.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에 김씨의 낯빛은 금세 싸늘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일종의 '몰래카메라' 같은 상황임을 받아들인 B씨는 이후 친절하게 취재에 응했다.

"사실 이 자리에 나올 때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어요."

B씨의 얘기였다.

남녀 이용자들은 공통적으로 소셜데이팅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허위 정보를 가려내지 못하는 업체의 엉성한 검증 절차와 실제 거짓 정보로 만남까지 성사된 상황을 고려하면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납득할만했다.

출신학교나 직업 등 자신이 기입한 정보에 대한 증빙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는데다 타인의 사진을 자신인척 올리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범죄 등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그럴듯하게 꾸민 프로필로 대상을 찾을 경우 상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위험인식 수준은 그야말로 '위험' 그 자체였다.

이음 관계자는 "미혼·기혼 사실을 정확히 기입하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운영하고 있다"며 "(소개팅이 성사된 커플이) 문자를 주고 받고 만나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기입이 의심될 경우 본사에 신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변호사를 소개시켜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변호사 선임비용은 피해자가 부담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업체 측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 이음, 코코아북, 하이줄리엣 홈페이지 캡쳐 (왼쪽부터)

◆ "허위 프로필 방관, 범죄 발생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선임연구원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범죄의 특징은 익명성"이라며 "허위 프로필 작성이 가능하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 법이 미흡해 사고가 발생하면 업체 측에 보상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범죄를 예방할 장치가 없다면)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게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27일, 취재에 참여한 두 기자는 이음 측으로부터 서비스 사용이 금지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 미흡한 시스템을 보완하기는커녕 추가 취재를 막기 위한 '꼼수'로 분석돼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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