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범석 쿠팡대표의 애잔한 '콜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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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범석 쿠팡대표의 애잔한 '콜라사랑'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6월 29일 0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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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역삼동 쿠팡 본사 인근 중식당에서 김범석 쿠팡 대표를 만났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김 대표의 앞에는 콜라가 한캔 놓여 있었다. 청량음료를 좋아하는 사람 쯤으로 여겼다. 이날은 쿠팡의 청사진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그가 무엇을 마시든 관심사는 아니었다.

'경쟁사와 차별되는 훌륭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크게 성장하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였다. 이미 다른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소하게 밝혀왔던 내용이다. 새로운 '꺼리'를 찾는 기자 입장에서는 김이 빠질 수 밖에.

자리를 파할 무렵. 테이블 위 콜라가 또 다시 눈에 들어왔다. 대화 내내 연신 콜라를 들이켰던 김 대표였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콜라가 없으면 일을 못해요. 카페인……"

말끝을 흐리며 멋적게 웃는 김 대표. 수시로 밀려드는 잠을 쫓기 위해 콜라 속 카페인을 끊임없이 섭취하는 나름의 '고육지책'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하고, 하루종일 직원들과 함께 부대끼다 보면 퇴근 무렵에는 몸이 녹초가 돼요. 야근도 해야 하는데 몸은 피곤하고 잠은 쏟아지고… (콜라 속) 카페인에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측근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 대표의 '콜라사랑'은 2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美 명문 하버드대학교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쉼없이 달려왔다고 한다. 1978년생인 김 대표의 나이를 감안하면 지금껏 마신 콜라의 총량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짐작된다.

기자가 최근 만났던, 김 대표와 같은 20~30대 젊은 벤처기업인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남몰래 몸을 혹사시키고 있었다. "젊은 사람이 출세했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아픈속살'이라고나 할까.

벤처기업인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고충의 일부분이지만 함부로 드러낼 수는 없다. 세찬 폭풍우속에서도 선원들에게 강인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선장의 그것이다. '리더'의 또 다른 이름은 '희생'이다. 애잔함이 밀려왔다.

"다시 월급쟁이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겠다"는 짓궂은 농담에 김 대표는 쿠팡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며 손을 내저었다.

"한국 시장은 매우 파워풀합니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서는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쿠팡은 더 크게 성장할 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다소 의례적인 김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이 한참 뒤에야 기자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건. 콜라 한캔이 대신 보여준 그의 열정과 무한한 의지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커피와 콜라, 에너지 음료 등을 마시며 잠을 쫓고 있는 이 시대 대한민국 벤처기업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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