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티켓몬스터 2주년 벌써 초심 잊었나?
상태바
[기자수첩] 티켓몬스터 2주년 벌써 초심 잊었나?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5월 29일 08시 18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는 최근 티켓몬스터에서 판매한 제주도 여행상품을 구입, 이용했다.

펜션이라던 건물, 사진상으로는 운치있어 보였던 그 건물의 외관은 모텔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내는 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충격의 연속이었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의 좁은 복도부터 심상치 않았다. '설마'는 곧 현실이 됐다.

지정된 숙소의 출입문을 여는 순간 오래된 빨래더미에서나 날법한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서둘러 창문을 여는 것 외에 달리 대책이 없었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진원지는 침대와 이불이었다.

어깨에 짊어진 가방을 바닥에 대충 내려놓고 방 전체를 둘러봤다. 그야말로 'OTL'이었다. 누렇게 색이 바랜 벽지곳곳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래된 브라운관 TV와 소형 냉장고가 한쪽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누군가 망치로 내려친 듯 화장실 문에는 커다랗게 구멍이 뚫려 있었다. 다행히 관통은 하지 않았다. 욕조의 한쪽 면은 30센티미터 길이로 쩌억 갈라져 있었다. 실수로 발을 헛디디거나 넘어지는 사람의 살점을 노리는 듯 위험천만해 보였다.

침대 옆 체리색 협탁은 군데군데 벗겨진 채 각종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오랜시간동안 손을 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침대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침대를 지지하던 기존 다리가 부러진 듯 십여개 짧은 플라스틱 기둥이 떠받치고 있었다. 악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바닷가에 위치해 근사한 경관을 자랑한다던 상품설명도 과장돼 있었다. 창문을 열면 공사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인장에게 상황설명을 했지만 헛수고였다. 이미 예약이 다 찼다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다른 방도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소 미안해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렴한 가격에 현혹돼 제대로 '낚인' 셈이다. '싼 제품은 싼 이유가 있다'는 시장의 속설은 제주도에서도 빗나가지 않았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가 지난 24일 기자들을 광화문으로 불러 모았다. '티켓몬스터 2주년 벤처 PR 대회'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오픈 2주년을 기념하는 일종의 '세리모니' 성격이었다.

신 대표는 "한국 벤처의 미래는 200조 이상의 오프라인 시장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정보통신 기술로 혁신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나 중요한 대전제가 빠졌다. 벤처이기 때문에 가능한 꼼꼼함이다.

티몬은 이른바 '맛집'으로 평가되는 한두개 정도의 식당을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지금처럼 엄청난 성장을 이룰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작은것 하나 놓치지 않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티몬에 소비자들은 화답했다. 티몬성장의 자양분은 곧 스스로 발산한 꼼꼼함이었다.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잊지 말아야 할 초심이기도 하다.

신 대표가 성사된 딜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편함과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라면 지금 당장 모니터 앞에 앉아 확인해 봤으면 한다. 그것이 티몬의 현 주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 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거대한 구멍은 미세한 균열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