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판 컨슈머리포트 원점서 다시 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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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판 컨슈머리포트 원점서 다시 출발해야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4월 23일 0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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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컨슈머리포트는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 큰 신뢰를 얻고 있다. '컨슈머리포트=진실' 등식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1936년 창간 이래 수 십 년간 객관성과 정확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실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기업들의 제품판매고는 요동을 친다. 애플이나 도요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체면을 깎인 사례는 너무도 유명해 언급이 불필요할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한국형 컨슈머리포트(K-컨슈머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기대보다 신통치 않은것 같다. 시작인 '등산화 품질 비교 정보'부터 '엇박자'를 탔다.

가벼운 등산화가 그렇지 못한 등산화에 비해 좋다는 식으로 설명됐으나 사실과 달랐다. 산행조건에 따라 무거운 등산화가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을 통해 확인됐다. 제품 무게에 따른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세밀함이 아쉽다.

빈약한 실험대상군도 빈축을 샀다. 50여개가 넘는 브랜드가운데 불과 5개만 취급했다. 상위 업체들의 제품이라는 설명이지만 선정기준이 부실하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두 번째 주제였던 '변액연금보험 비교정보'는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모양새다. "변액보험이라는 것이 하나의 잣대로 단편적으로 산출해 순위를 매길 수 없는 상품"이라며 "변액보험을 수익률로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수"라고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법적 소송으로 맞서겠다는 식의 거친 발언이 나올 정도다. '손해'를 우려한 소비자들의 해약문의가 폭주한 탓이다.

소비자들이 궁금해했던 정보를 제공하는 등 '알권리'를 충족시켰다는 측면에서는 평가받을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자료가 밝힌 정보 및 비교데이터가 크게 제한돼 있어 기업과 소비자 어느 편에 실익을 줄 수 있을지는 재단하기 어렵다.

1개월 남짓한 K-컨슈머리포트의 현주소다. 수긍이 아닌 반발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졸속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소비자들과 기업, 정부가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공유될 만큼의 심도 깊은 정보가 간절히 필요한 시기다. 그것이 K-컨슈머리포트가 출범한 목적이기도 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70년 역사의 기업 노하우를 1개월짜리 회사가 따라잡기 위해선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도출되는 허술한 정보들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美 컨슈머리포트를 입력해 봤다.

미국 소비자 협회(Consumer Union)가 발간하고 잡지 구독료와 기부금을 주 수익원으로 한다. 상근자들은 연방, 주의회, 규제기관에 출석해 증언하거나, 정부에 탄원서를 내거나, 소비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한다.

K-컨슈머리포트는 사실상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비판기능의 한계' 우려가 나오지만, 이면에는 돈 걱정 없이 충실한 자료를 만들 수 있는 배경이라는 분석도 공존한다. 어느 쪽으로 가느냐는 결국 공정위와 소비자원의 의지에 달렸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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