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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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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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코틀랜드 블랙번이라는 시골마을에서 런던으로 나들이 온 여인.

우선 마흔 일곱 살 노처녀가 마음에 걸리지만 그녀는 성큼 성금 무대로 올라섰다. 이 나이 때까지 시집을 못 갔다면 커리어 우먼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시골 처녀다. 턱선이 없어질 정도의 안면비만, 몸매 역시 상하 구별이 안 된다. 송충이 눈썹에 한참 유행이 지난 원피스, 육중한 다리로 걷는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그 나이 때까지남자구경은 물론 키스한번 해본 적이 없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웃다 못해 조롱의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천상을 울리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단번에 장내를 침묵시켰고 관객과 심사위원 모두 기립박수에 열광적인 환호성.

 최근 영국 ITV의 노래자랑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있었던 일이다. 관객들의 멸시를 뭉개고 선 그녀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삽입곡으로 유명해진 "I dreamed a dream"을 열창했다. 뮤지컬의 주인공 미혼모 팡틴이 불러 골든 디스크가 된 명곡이다. 세상의 천덕꾸러기 팡틴이 애비없는 딸 코제트를 데리고 거리를 헤매며 부르는 노래다.

"지옥같은 이세상에서 꿈을 갖고 싶어요.삶은 내가 간직해온 꿈을 앗아 갔어요---".
팡틴의 애절함이 수잔의 인생과 가창력에 맞물려 절묘한 하모니를 이뤄내는동안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막힌 반전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반란에 술렁이는 객석.

수잔은 자신의 인생을 노래하듯 영혼의 목소리를 선사하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대를 내려오려 했다.
하지만 심사평이라도 듣고 가라는 사회자의 만류와 관객들의 열광적인 박수갈채.
결과는 당연히 심사위원 전원의 최고평점으로 가수 등용문 통과.

 

이 소식이 전해지자 수잔의 동영상은 전세계에서 뜨거운 클릭 전쟁을 일으켰다.
온라인 트래킹 집계회사인 비저블 메저스 통계에 따르면 10일 만에 조회수 1억을 돌파했다.
역사상 최단기간 접속기록인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취임연설 1850만회도 가볍게 넘어섰다.
오프라 윈프리는 즉각 자신의 쇼에 출연을 요청했고 그녀가 닮고 싶었다는 가수 일레인 페이지는 공동음반 제작을 제안했다. 일레인은 뮤지컬 캣츠의 명곡 "메모리(Memory)"로 유명한 영국출신의 세계적 가수다.
이 모든 요청을 묶어두고 수잔은 스코틀랜드 고향 마을로 돌아가 교회에서 성가대 연습중이라는 소식이다.

 

그녀의 동영상을 본 순간 필자는 감정이 닭 벼슬처럼 솟고 머리털이 쮸삣쮸삣 일어서는 소름을 느꼈다.
만일 사라브라이언트가 이 노래를 불렀다면 "당연히 가수니까 잘 부르겠지" 로 끝났을 것이다. 사람들은 당연하지 않아야 열광한다. 평균이하의 반전, 고정관념의 파괴, 추녀라는 표피적 사실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비주류의 반란이기에 가슴으로 감동이 전해지는 것이다. 평범한 영웅에 목말라했던 메스컴들은 지금 수잔 스토리에 아낌없는 지원을 뿌려대고 있다.

사람들은 수잔의 노래와 삶을 통해 일상에 지쳐 밀쳐뒀던 꿈과 그 꿈을 이룰 자신감을 다시 꺼내보고 싶었을 것이다. 어둡고 힘든 삶의 터널에서 꿈꿀 수 있는 자유마저 없다면 어떻게 살아 나가겠는가.

 

2년전 이 프로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된 남자 가수 폴 포츠가 최근 내한공연을 했다. 휴대폰 외판원이었던 그의 인생 역시 완전히 뒤집혔다. 수익금 일부는 북한 결핵어린이 돕기에 보내졌다고 한다.

내 인생이 삼류와 비주류라고 낙담하지 말라. 폴 포츠와 수잔같은 반전은 항상 가능하다. 그렇게 될 수 있는 이 세상은 참 살맛나는 세상이지 않는가.

 

여기 동봉한 수잔 보일의 동영상을 감상하면서 머지 않아 그녀를 서울에서 보게 되길 기대한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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