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학 내 상업시설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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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학 내 상업시설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2월 13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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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으로부터 돌잔치에 초대를 받은 기자는 초대장을 받아 보고 의아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장소가 서울에 위치한 A대학교였기 때문.

대학 내에 돌잔치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실제 방문해보고는 입이 떡 벌어졌다.

기자가 대학생활을 할 당시 교내엔 소박한 매점과 빵집, 사진관, 문구점 등이 있던 것과는 달리 A대학은 대형 쇼핑몰을 방문한 듯 '휘황찬란'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부터 대형 커피전문점, 레스토랑이 네온사인을 번쩍였다. 실내 장식도 외부 여느 상점들 부럽지 않게 세련되고 깔끔했다. 눈이 휘둥그레져 간판들을 바삐 훑어 보는 기자에게 지인은 "요즘 대학생들 학교 다니기 편하겠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실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의 생각은 다른 듯 했다. A대학의 학생으로 추정 가능한 대학생 커플들과 공교롭게 합석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귀동냥을 해보니 볼멘소리가 가득했다.

"교내 건물은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하는 공간 아닌가. 이 건물 학생들 비싼 등록금으로 지었을 텐데 우리 동아리방이나 만들어주지……."

"나는 여기 있는 OOOO커피전문점이나 OOOO레스토랑은 비싸서 잘 오지도 않아. 오늘 XX(돌잔치 주인공) 덕분에 오랜만에 이 건물 밟아 보는 것 같아"라는 맞장구도 이어졌다.

대학 캠퍼스 내에 상업시설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도 부터다. 대학설립운영규정이 개정되면서 대학에 상업시설들이 한 두 개씩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한 것.

그때마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복지향상과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학생복지∙편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치과, 예식장, 대형마트 등이 들어선 대학까지 생겨났다.

이 같은 상업시설들의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학생식당에서 3500원이면 해결할 수 있는 식사가 8000원에서 9000원으로 두 세배 껑충 뛰어버리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도심에서나 볼 수 있는 상점들로 인해 면학분위기를 해친다는 지적들도 들린다.

한정된 면적을 상업시설에 양보하고 나니 학생들의 휴게면적이 줄어드는 것도 당연지사일 것이다. '본말이 전도'된 행태로 진짜 누구를 위한 상업시설인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반면 '번쩍번쩍'한 대학들의 겉모습과는 달리 속 사정은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고 있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카드로 받지 않는 것은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목되지만 '현찰장사'만 고집하는 행태는 여전하다.

수강신청을 하는 날만 되면 해당 홈페이지 서버가 버벅 거리거나 다운 나는 것은 기자가 학교를 다닐 때나 수년이 지난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이제 대학도 변해야 할 때다. 진정한 수요자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행정조직을 개편하고 서비스를 펼치는 대대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캠퍼스 이용자인 학생들의 만족도를 떨어트리는 행태는 '발등찍기'일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의 만족이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원천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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