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점(酒店) 대신 공연장…송년회 새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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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점(酒店) 대신 공연장…송년회 새 풍속도
  • 강윤지 기자 yjkang@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2월 26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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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차 가야지. 3차! 노래방 콜?"

얼큰하게 취한 직장인들의 목소리가 한밤중 캐롤처럼 길가에 울려 퍼진다. 망년회 시즌만 되면 곳곳에서 벌어지는 익숙한 풍경이다. '떡실신'이라는 신조어를 떠올리게 하는 요즘이다.

그런 송년회 문화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CJ E&M 공연사업본부에 따르면 '김종욱 찾기'와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 소극장 공연의 12월 중순 단체관람횟수는 작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뮤지컬 '캣츠' 역시 11월 초 연말티켓을 판매한 이후 전년보다 단체신청이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03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약 70%의 직장인들이 '기존의 음주 송년회는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음주보다 공연관람이 좋다는 의견도 절반 이상이었다. 이쯤 되면 송년회에 '개혁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직장인들이 호응하는 모양새다.

풀무원은 송년회를 겸해 난치병 어린이 후원 기금 마련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이랜드그룹과 LG디스플레이는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해 연말을 마무리 했다.

SPC그룹은 술자리 대신 임직원들의 헌혈 봉사로, 하나금융지주는 미혼모 및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물품을 만드는 봉사활동 형식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삼성증권은 시각장애인 아동 240명을 초청해 연극과 뮤지컬을 선보이는 '문화나눔 송년회'를 열었다.

술잔과 고성이 난무하는 송년회가 그 본래의 의미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푸근해진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여론조사에서 올 한해를 축약하는 사자성어로 '수무푼전'이 꼽혔다.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올 한 해는 직장인들이 생활하기에 팍팍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말, 풍요로운 새해를 기대할 수 있도록 머릿 속에 숙취가 아닌 감동과 추억을 심어보는건 어떨까. 새해의 태양이 보다 희망차게 떠오르지 않을까.    

컨슈머타임스 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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