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순 서울대 물리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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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순 서울대 물리학과 석좌교수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2월 19일 0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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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물리학자 최초 NAS 회원…"과학자의 삶은 오래달리기와 같은 것"

   
 
남들은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수석'.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에 수석 입학한 청년에게는 이름표처럼 붙어 다녔다.

어른이 된 그는 세계 최소형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제작에 성공해 세계적 석학으로 떠올랐다. 국내 물리학 분야 최초로 세계 과학학술단체 중 가장 권위 있는 미국과학학술원(NAS) 회원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임지순 서울대 물리학과 석좌교수의 이야기다.

"과학자의 삶은 오래 달리기 같은 것. 틀에 얽매이거나 꽉 짜인 삶을 살지 말아야 한다"며 제자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임 교수를 만나봤다.

◆ DNA-탄소나노튜브 복합체 '물 속에서 반도체 특성' 규명

Q. 물리학이라는 분야가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집니다. 교수님의 연구 분야를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 한마디로 말하자면 '고체물리학' 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고체의 근본 성질을 규명하는 학문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반도체 같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분야입니다. 원래 제 전공이 반도체 연구였습니다. 현재는 탄소나노물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탄소를 기본으로 한 신물질을 만드는 것이죠.

Q. 탄소나노튜브 연구와 관련해 교수님의 명성이 자자합니다. 연구 내용이 궁금합니다.

== DNA와 탄소나노튜브가 결합된 복합체가 물 속에서 반도체 특성을 띤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습니다. 탄소로만 구성돼있고 지름이 수 나노미터(10억분의 1m)인 관 모양의 탄소나노튜브는 금속성 또는 반도체 성질을 띠어 차세대 전기소자로 활용할 수 있는 신소재입니다. DNA를 탄소나노튜브에 붙여놓은 복합체는 통상 금속성인데 물 속에서는 반도체 특성을 나타냅니다.

전기적 특성이 변하는 것을 이용해 초소형 바이오센서 시스템이나 폭발물 탐지 센서 등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Q. '나노'라는 말이 요즘은 가전제품이나 화장품 광고에서도 많이 보입니다. 나노기술의 응용분야라고 보면 될까요.

== 나노기술의 응용이라고 볼 수 있죠. 다만 아주 작은 규모의 응용입니다. 제품 홍보에서는 과장된 부분이 좀 있는 듯 합니다. 탄소나노튜브의 경우 전도성도 강하고 튼튼해서 자동차 타이어나 골프채 등에 쓰면 가볍고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중화 되기에는 한계가 있어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 한국 물리학자 최초 NAS 회원

Q. 최근에는 신소재인 '그래핀'을 연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물질인가요.

==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연결돼 벌집 모양의 평면구조를 갖는 나노물질 입니다. 전도성이 구리의 100배나 되지만 두께가 원자 한 개에 불과해 투명하고 접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전자업계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죠. 그래핀을 이용하면 접을 수 있는 모니터, 전자 종이도 생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교수님은 한국 물리학자 최초로 NAS 회원이 되셨습니다. 의미가 남다를 텐데요.

== NAS는 역사가 150년 정도 됐는데 세계 학술단체 중 가장 권위가 높습니다. 역대 회원 중 노벨상 수상자가 200명 정도 됩니다. 미국 학회지만 외국인 회원은 400명 정도, 한국인은 저를 포함해 세 명입니다.

복제양 돌리를 만든 이언 월머트 박사, 또 너무나 유명한 스티븐 호킹 박사도 이곳 회원이죠.

저는 내년 총회부터 참석합니다. 그간 다른 상을 받으면서 많이 기뻐했지만 이번엔 정말 흥분됩니다.

Q. 노벨상을 받은 한국인 과학자는 아직 없습니다. 국내 과학교육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 '오픈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경직되면 안 되죠. 우리처럼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것 자체가 하나의 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문과 이과 구분을 없애야 합니다. 교양교육도 중요합니다. 문과든 이과든 서로 상대 쪽의 공부를 해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공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생동안 도움이 됩니다.

과학분야에서 스승은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흥미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얘기를 해줄 수 있죠.

Q.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될 젊은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 창의성을 기르려면 삶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너무 힘들고 얽매이면 거기서 멈춰버리게 됩니다. 과학자의 삶은 오래달리기와 같습니다. 남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과학자가 되기 이전에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 임지순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UC버클리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임지순 교수는 MIT 물리학과 연구원, AT&T 벨연구소 및 벨코어 연구원을 역임했다.

2000년 세계 최소형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제작한 임 교수는 12월 현재 서울대 물리학과 석좌교수, 미국과학학술원 회원이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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