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축소에 환자 불안감 커져…전국서 '의료 정상화 촉구' 집회
정부가 '5월에 2천명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으면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가운데 27일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의정(醫政) 간 대화창구 마련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이를 지켜보는 환자들은 '사태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
◇ 의대 교수 사직 행렬 이어져…사직서 제출 규모 커질 듯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비대위에 사직서를 전달한 교수는 총정원 283명 중 50여명이다.
조선대는 의대교수 161명 가운데 33명이 사직서를 냈다.
900∼1천명의 교원이 재직하는 울산의대의 경우 교수 433명의 사직서가 대학 측에 제출됐다.
제주대는 이날 오전까지 의과대학 교수 153명 중 10여 명이 사직서를 냈다.
충남 천안의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는 233명 의대 교수 가운데 지금까지 100명 안팎의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충북대병원도 교수 200여명 가운데 최소 50명 이상이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대부분 29일까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는 교수들의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 외래진료 축소 움직임…'사태 해결' 교수 호소 이어져
전공의 이탈 사태 장기화로 누적된 피로도는 진료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과업으로 피로도가 누적되다 보니 외래 진료를 개인적으로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의료진 부족에 대비해 지난 21일 제주대병원과 제주한라병원에 공보의 5명을 파견한 데 이어 25일에도 제주대에 군의관 2명을 긴급 파견했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비대위는 사직서 수리 전까지 중증·응급 관련 부서부터 '52시간 준수' 형태의 준법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병원에서는 내주부터 교수들의 근무 시간 축소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 환자들 "죽으라는 거냐"…전국서 '진료 정상화 촉구' 집회도
4기 유방암 판정을 받은 60대 어머니를 모시고 충북대병원 종양혈액내과를 방문한 딸 A(30대)씨는 "수술이 불가능한 단계라 최소 3주에 한 번씩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데 교수들마저 그만두면 이 주기가 길어질까 봐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환자 생명을 가지고 그러는지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막상 진료과 교수님을 뵙게 되면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90도로 허리를 숙이게 된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신장내과에서 만난 70대 전모씨는 "신장 기능이 15%밖에 남지 않아 매달 정기 검진을 오는데,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머지않아 올 수도 있다고 한다"며 "교수들이 사직하면 우리 같은 환자들은 죽으라는 거냐"며 가슴을 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