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구긴 삼성 반도체…'AI 칩·12단 HBM'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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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구긴 삼성 반도체…'AI 칩·12단 HBM'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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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추론칩 '마하1' 개발 돌입…12단 HBM3E로 시장 선점 나서
인텔에 왕좌 내주고 하이닉스에 주도권 뺏겨…"2~3년 내 1위"

컨슈머타임스=김윤호 기자 |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제품 개발과 양산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추론칩' 개발에 뛰어들며 반도체 '초격차' 리더십 지위 회복에 나섰다.

지난해 인텔에 '반도체 1위' 자리를 내주며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왕좌 탈환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체 AI 추론칩 '마하1' 개발을 공식화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현존하는 AI 시스템은 메모리 병목으로 인해 성능 저하와 파워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범용인공지능(AGI) 컴퓨팅랩을 신설하고 AI 아키텍처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즉, '마하1' 개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마하1을 내년 초 출시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 최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55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사업 전략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 최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55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사업 전략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마하1은 메모리 처리량을 8분의 1로 줄이고, 8배의 파워 효율을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저전력(LP) 메모리로도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추론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4' 행사에서 5세대 HBM인 'HBM3E' 실물 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됐다.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삼성전자가 이번에 공개한 5세대 HBM3E 제품은 24기가비트(Gb) D램 칩을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8단 HBM3E 제품보다 성능을 50% 이상 개선했다.

제품 용량은 36기가바이트(GB)로 현재 개발된 HBM 제품 중 용량이 가장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장(부사장)은 "삼성전자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사의 고용량 솔루션 니즈에 부합하는 혁신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 HBM 고단 적층을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등 고용량 HBM 시장을 선도하고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품 개발에 힘을 쓰며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점이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7.5% 줄어든 399억달러로, 인텔(487억달러)에 이은 2위였다. 이로써 인텔은 지난 2021년 이후 2년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여기에 HBM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존재감이 밀리는 점도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삼성전자(38%)와 미국 마이크론(9%)을 압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4세대에 이어 5세대 HBM 제품까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경쟁사 대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업계는 기술 우위를 기반으로 한 마하1과 12단 HBM3E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마하1의 경우 네이버에, 12단 HBM3E는 엔비디아에 공급될 가능성이 제기된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하는 요소다.

삼성전자 측도 기술 우위를 통해 반도체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계현 사장은 "기존 사업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1등을 유지할 수 없다"며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얻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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