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페트병에 안 떨어지는 라벨'…지평주조, 친환경은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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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페트병에 안 떨어지는 라벨'…지평주조, 친환경은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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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안솔지 기자]
[사진 =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 경기도에 살고 있는 소비자 A씨는 최근 마트에서 '지평생막걸리'를 구매했다. 기분 좋게 막걸리를 마신 후 뒷정리를 하던 중 A씨는 인상을 쓰고 말았다. 재활용 분리수거를 위해 페트병 속을 물로 헹군 뒤 라벨을 제거하려 했지만 잘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라벨 끝부분을 손톱으로 긁어내며 가까스로 떼어냈다. 하지만 페트병엔 허옇게 라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이대로 배출하면 재활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소 환경 보호를 위해 재활용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왔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포장 라벨에 적힌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문구를 보니 '지평주조'는 환경보호에 관심이 없어 보여 더 화가 났다.

지평주조 '지평생막걸리' 포장 라벨을 보면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실제로 라벨이 쉽게 제거되지 않고, 접착면에 속지 일부가 그대로 남아있다. [사진 = 독자 제공]
지평주조 '지평생막걸리' 포장 라벨을 보면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실제로 라벨이 쉽게 제거되지 않고, 접착면에 속지 일부가 그대로 남아있다. [사진 = 독자 제공]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이 '친환경'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막걸리 제조 기업 '지평주조'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지평생막걸리' 제품의 포장재 라벨이 페트병에서 잘 떨어지지 않아 분리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라벨을 떼내기도 힘들고, 라벨을 떼어낸 자리에는 접착제 때문에 속지가 페트병에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평생막걸리의 포장재 라벨을 보면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는 환경부에서 도입한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에서 4개 등급(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중 재활용 용이성이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트병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병에 붙은 라벨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수다. 페트병에서 라벨이 잘 떨어지게 해 재활용을 얼마나 용이하게 하느냐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라벨이 물에 떠오르지 않고 고온세척수로도 분리가 안 될 경우 '재활용 어려움' 등급이 부여된다. 

이 등급을 받으면 패키지에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또 재활용 분담금이 20% 할증되는 불이익도 발생한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포장재 라벨의 재활용 용이성을 높여 상위 등급을 받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다.

하지만 지평주조 측은 "생막걸리는 냉장 보관 제품인 관계로 라벨이 수분과 습기에 취약한 편"이라며 "수분과 습기로 인해 라벨이 떨어질 수 있기에 일반적인 식품에 적용된 라벨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 라벨이 페트병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듯 한 입장이다.

게다가 지평주조의 설명은 업계의 흐름과도 상반된다. 같은 생막걸리 제품을 선보이는 타 업체들은 이미 '친환경' 라벨로 옷을 갈아입은 상황이다.

서울장수는 '에코탭', 국순당은 '절취선'을 라벨에 적용해 분리배출이 용이하다. [사진 = 안솔지 기자]
서울장수는 '에코탭', 국순당은 '절취선'을 라벨에 적용해 분리배출이 용이하다. [사진 = 안솔지 기자]

서울장수는 지난 2021년 자사 '장수생막걸리'와 '인생막걸리' 제품에 분리배출이 간편한 친환경 에코탭 라벨을 적용했다. 에코탭 라벨은 라벨 접착면 끝부분에 비접착식 에코탭을 적용해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라벨을 제거해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순당 역시 같은 해 '국순당 생막걸리'과 '국순당쌀막걸리'에 절취선을 도입했으며,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막걸리' 페트 제품에도 접착면 끝부분에 '라벨 분리'가 적용돼 분리배출이 용이하다. 

[사진 = 배상면주가]
[사진 = 배상면주가]

뿐만 아니다. 2019년 시행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업계에서 투명 페트병으로의 전환 흐름에 올라탄 것과 달리, 지평주조는 걸음이 더딘 상황이다. 현재 '이랑이랑', '보늬달밤' 제품의 경우 투명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으나 지평생막걸리의 경우 기존 흰색 페트병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서울장수는 2020년 막걸리 업계 최초로 '장수 생막걸리'의 유색 페트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전면 교체했고, 국순당 역시 2021년 주력제품인 국순당 생막걸리 페트병을 재활용이 용이한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했다. 배상면주가 느린마을막걸리는 출시 당시부터 투명 페트병을 사용해오고 있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지평주조는 ESG 경영으로 재활용 등급을 올리기 위해 투명 페트 사용, 쉬링크 라벨 뜯김선 등 제품에 하나씩 적용하고 있다"며 "지평 박스 포장재는 오래 전부터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 페트병 사용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적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제품에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평주조 '지평생막걸리' 페트병은 타사 제품과 달리 '흰색'이 들어가 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지평주조 '지평생막걸리' 페트병은 타사 제품과 달리 '흰색'이 들어가 있다. [사진 = 안솔지 기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친환경, 윤리적 요소를 모두 고려한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친환경 요인이 없는 제품과 기업은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생산되는 페트병 배출량은 연간 30만톤에 달한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폐페트병 재활용률은 80%를 상회했지만 최근 70%대로 하락한 상태다. 이 중 대부분은 '중저급 재활용'이고 '고품질 재활용'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페트병 재활용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명 페트병 전환,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확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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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구 2024-03-25 15:18:02
지평 맛도 없던데 경영 철학도 저렴하네요....
우리나라 전통주를 대표하는 기업은 제발 다른곳이 되길

010 2024-03-25 08:44:08
지평주조 갑질에 ESG경영 미 참여에... 말 많은 회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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