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금융돋보기] 금융권, 여성 사외이사 늘렸다는데…여전한 '유리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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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금융돋보기] 금융권, 여성 사외이사 늘렸다는데…여전한 '유리천장'
  • 이지영 기자 ljy@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3월 20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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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이지영 기자 |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가 이번주 예정돼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주주환원 외에도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역시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KB·우리·하나금융지주는 22일, 신한금융지주는 26일에 주주총회가 열린다. 지방금융지주는 BNK금융이 22일, DGB·JB금융이 28일에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은행지주 및 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여성 사외이사의 비중이 너무 낮다며 글로벌 사례를 참고해 30% 수준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서는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된 여성 사외이사들이 일부 선임되는 모습이다.

그 결과 KB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여성 이사 3명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신한·하나·우리금융은 각각 여성 이사를 1명씩 늘려 구색을 겨우 맞췄다.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KB금융은 지주사 중에서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으로 7명 중 권선주, 조화준, 여정성 등 3명이 여성이다. 권선주 사외이사는 임기 만료를 앞둬 재추천됐다. 현상 유지로도 비중은 42.9%에 해당해 금융지주들 사이 유일하게 40%대를 넘어서는 등 압도적으로 높은 숫자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9명 중 2명이 여성이었는데 이들이 재선임을 얻었고, 올해 송성주 후보자가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되면서 여성이사는 3명이 됐다. 비율로는 33.3%로 간신히 30%를 달성했다.

우리금융은 이번에 사외이사의 수를 6명에서 7명으로 늘렸는데 기존에 1명이었던 여성사외이사는 박선영, 이은주 등 2명으로 늘어났으나 비율로는 28.6%에 해당해, 30%에 채 닿지 못했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의 수가 8명에서 9명으로 1명 늘어난 가운데 여성 이사로는 윤심 후보가 추천돼 여성이사는 2명이 됐다. 종전 비중은 12.5%였으나 22.2%로 늘었다고는 하지만 금융당국이 제시한 30%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4대 금융지주 외에 지방금융지주에선 여성 사외이사의 수가 제자리 걸음으로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나마 JB금융만이 여성 사외이사수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종전 14.3%의 비중에서 22.2%로 올라서며 지방지주 중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는데, 이는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여성이사 비중을 갖고 있는 하나금융과 같은 비율에 해당한다.

BNK금융과 DGB금융은 여성 사외이사의 수가 지난해와 같은 1명으로 그마저도 변동을 주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비중 역시 14.3%로 지주들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BNK금융의 경우 16.7%에서 14.3%로 오히려 지난해보다 여성 비중이 낮아진 모습이다.

금융지주들은 최근 금융당국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참고한 로드맵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올해 중점적으로 지배구조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한 만큼 지주사 역시 눈치껏 추진 계획을 작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이에 대해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등의 의견도 일부 있었으나 금융지주 이사회의 선진화 측면을 고려했을 때 금융당국의 제안도 납득이 간다. 애초에 금융사에서 전문성과 다양성을 고려해 선진화된 이사회 구성과 운영을 진행해 왔다면 됐을 일이다.

최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취임 100일 간담회서 여성 임원 부족에 대해 답변하며 '은행권의 흑역사'라는 단어를 썼다. 금융위기 때 퇴직이 많이 이뤄진 점 등을 이유로 제시하면서다. 그는 여성 인재풀 양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라며 전세계 사회적인 젠더 이슈로 논의를 확대시켰다.

전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해봐도 우리나라의 현실은 크게 뒤떨어져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29위로 집계돼 1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금융지주, 특히 은행권은 '남초' 집단으로 다른 업계보다 훨씬 더 여성의 임원 진출이 '빡센' 곳이란 인식이 있어왔다. 이번 여성 사외이사의 일부 확대로 드디어 '유리천장'이 깨지는 것이냐는 시각도 있지만 '드디어 깨지느냐'는 말도 매년 나오는 말일 뿐 아직도 현실은 사외이사 30%마저도 까마득한 수준이다. 이제는 금융권에서도 시대의 변화를 읽어낼 능력 있는 여성 인재를 자발적으로 육성시키고, 또 발굴하는 노력을 더 심도있게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나갈 금융권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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