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남양유업, '남양 홍씨' 이름표 떼고 '백년기업' 도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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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남양유업, '남양 홍씨' 이름표 떼고 '백년기업' 도약할까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3월 19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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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최초 국산 조제우유 출시…매출 1조원 찍고 '3대 유업체' 등극
대리점 갑질·'불가리스 파문' 등 논란 끝에 오너 일가, 경영서 물러나
사모펀드 '한앤코' 새 주인으로 맞아…'라이프케어' 브랜드 도약 선언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남양유업이 새로운 주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와 '백년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선다.

남양유업은 1964년 "이 땅에 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신념 아래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했다. 당시 한국은 낙농 불모지로, 6·25 전쟁 이후 분유가 없어 고통 받는 아기들이 많았다. 체질에 맞지 않아 탈이 잦았던 일본산 탈지우유와 미국산 조제분유 조차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남양유업은 1967년 최초의 국산 조제우유를 선보였다. 1970년대에는 천안공장에 이어 '모유 과학의 산실'로 불리는 세종공장을 추가 건설하며 분유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렸다. 이후 경주, 나주 등 전국에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제품군도 확장해 나갔다.

남양유업은 지난 20년 간 4500억원 이상의 투자 활동을 통해 유제품 제조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때는 매출 1조원을 넘는 '국내 3대 유업체'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2013년 이후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국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했다. 2013년 대리점주에게 유통기한이 입박한 제품을 강매하는 '밀어내기'를 했다는 '대리점 갑질 사건'이 시작이었다. 

이 사건으로 '갑질 기업'의 대명사가 된 남양유업은 소비자 불매운동과 맞닥뜨렸다. 결국 2012년 1조365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매출은 2013년 1조2299억원으로 1300억 가량이 줄었고, 2014년에는 매일유업에 2위 자리를 내줬다. 

남양유업은 이후로도 2019년 홍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 씨 마약 논란, 2020년 홍 창업주의 장남 홍원식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 등 오너 일가의 구설수에 시달렸다.

여기에 2021년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불가리스 파문'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오너리스크에 출생률 저하와 우유 소비 감소 등의 요인이 더해지면서 남양유업의 매출은 2020년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게다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홍 회장은 2021년 5월 회장직 사퇴를 선언하고, 그와 그의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전량(53.08%)을 주당 82만원에 한앤코에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이 같은해 9월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법적 분쟁은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간 끝에 지난 1월 계약의 효력을 인정받아 한앤코의 승소로 끝났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한앤코는 홍 회장 측에 주식매매대금 3100억원을 지급하며 남양유업의 최대주주가 됐다. 창사 이후 60년 간 이어진 '오너 경영'이 막을 내린 것이다.

남양유업은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윤여을 한앤코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배민규·이동춘 한앤코 부사장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한다. 

다만 한앤코가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이대로 주총이 마무리될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주총이 소집돼 최대 의결권(지분 52.63%)이 홍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홍 회장은 패소 이후에도 여전히 고문 선임 등을 요구하며 순순히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한앤코로 경영진 교체가 마무리되는 대로 '뉴남양유업'을 위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사명 변경도 고려 중이다. '남양'이 오너 일가의 성인 '남양 홍씨'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인해 지체됐던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2030세대와 시니어 소비자를 공략한 단백질브랜드 '테이크핏'과 더불어 비건 트렌드에 발맞춘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오테이스티' 등을 선보이며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는 상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아기 먹거리' 대표 기업에서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라이프케어' 브랜드로 도약에 나선다. 올해도 다양한 신제품 출시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아기사랑 60년 업력을 바탕으로 쌓아온 기술력과 품질로 고객 만족에 매진 중"이라며 "향후 100년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자 연구, 개발 등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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