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현의 세상톡] "그 시절이 좋았지"…뷰티·면세업계 봄은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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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의 세상톡] "그 시절이 좋았지"…뷰티·면세업계 봄은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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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이미현 기자 | "큰 평수 집에 살다가 작은 집으로 이사 간다면 절대 못 살지 싶어", "와~ 내가 이전에 이런 좁은 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다시 큰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 

이는 평수가 큰집에서 작은집으로 이사를 간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다.

기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수가 큰집에서 작은집으로 이사 가는 경우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사를 갈 경우 같은 평수 아니면 큰 평수를 선택지로 염두해 둔다. 그래서 작은 곳에 살게 되면 큰 평수에 살던 시절의 향수에 젖어 그리워한다.

2년 전 중국사업 덕분에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찍으며 르네상스 시절을 누려봤던 뷰티·면세점 업계를 만나면 대다수가 "그때 그 시절이 좋았다"고 이야기 한다. 간혹 좌절감과 허탈함이 기자에게 전달된 경우도 있었다. 한 번에 화장품 몇 백 만원어치 싹쓸이 사가거나 40만~50만원짜리 고가 화장품도 척척 사갔던 중국인들의 '큰 손'에 힘입어 함께 급성장한 뷰티·면세점 업계는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다시 돌아와 채워주길 기다리고 있다.

면세점 업계의 타격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며 먼저 시작됐다. 2019년 4844만명이던 내·외국인 고객수는 2020년부터 절반 넘게 감소했다. 매출액도 2019년 24조8586억원에서 2023년 13조7586억원으로 급감했다.

국내 대표 뷰티기업인 LG생활건강은 2021년 매출액 8조915억원, 영업이익 1조2896억원을 달성한 이후 2023년 매출액 6조8048억원, 영업이익 4870억원으로 꺾였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2021년 매출액 5조3261억원, 영업이익 3562억원으로 최고 실적을 찍은 이후 2023년 매출액 3조7640억원, 영업이익 1082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치만 봐도 절반 이상이 사라진 뼈아픈 결과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춘래불사춘 같다. 봄이 왔는데 봄이 온 것 같지 않고, 엔데믹으로 단체 관광이 허용됐는데 이전처럼 중국 단체관광객이 오지 않아 변한 건 없다. 오히려 적자가 되고 있다"고 터놓았다.

한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풍족할 땐 모든게 다 여유롭고 오케이가 된다. 하지만 실적이 좋지 않은 지금은 보고 절차도 까다롭고 출장을 가더라도 증빙해야 하는 서류들도 늘어난 민감한 시기다"라고 토로했다.

이들 업계들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란 물음에 "그때가 좋았는데 돌아가려고 해 봐야죠", "마냥 중국이 돌아오길 기다릴 수 없으니 내국인 중심 마케팅을 펼쳐야겠죠", "미국, 일본, 유럽 시장 공략할 겁니다", "사실 빠르게 얻을 수 있는 답은 중국사업 회복밖엔 없어요"라고 답한다.

쪼그라든 집안 살림에 떠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달 LG생활건강이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평균 2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를 두고 실적이 나쁜데 주주를 생각지 않고 내부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직을 고려하는 실력 있는 인재들이 많아 오히려 실적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국내 모든 뷰티기업들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처지와 같진 않다는 것이다. 국내 뷰티 대표기업들의 굵직한 몇조원대 매출에 비교할 수치는 아니지만 애경산업은 2023년 매출액 전년 대비 9.6% 증가한 668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58.7%나 뛰어오른 619억원을 기록했다.

애경산업이 선전할 수 있던 배경은 2020년부터 빠르게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했기에 가능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잘나가던 2020년, 2021년 애경산업은 어려웠다. 영업이익이 2018년 786억원 수준에서 200억원대로 떨어진 시기다. 

애경은 이때부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출지역도 다변화하고 채널도 온라인과 헬스엔뷰티(H&B) 등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뷰티 제품 중심 유통망인 CJ올리브영도 2023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연매출 3조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항공사들도 코로나로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 2023년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하늘길도 분주해 지고 있다. 터널을 지나가는 중인 뷰티·면세점 업계 모두 작은 집부터 출발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큰 집으로 이사갈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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