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현의 세상톡] 벨루가 자유 외면한 롯데의 ESG 경영, 진정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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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의 세상톡] 벨루가 자유 외면한 롯데의 ESG 경영, 진정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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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이미현 기자 | "마지막 남은 흰고래 벨루가 마저 죽기 전에 바다로 돌아가야 해요"

지난 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몰 앞에서 만난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소속 1인 피켓시위 참가자가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핫핑크돌핀스가 벨루가 방류를 위한 릴레이 피켓 시위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롯데월드가 2014년 아쿠아리움을 시작할 때 러시아에서 벨루가 3마리를 데려왔는데 2016년, 2019년 연속으로 벨루가 2마리가 어린 나이에 폐사했다"며 "이 당시 롯데가 남은 벨루가를 자연 방류하기로 약속했는데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롯데가 2026년 방류한다고 말을 바꿨지만 마지막 남은 벨루가는 죽기 전에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우려하면서 "벨루가는 단순한 눈요기, 사진 배경, 체험도구로 소비되는 대상이 아니라 독립된 권리를 가진 자유로운 생명체"라고 강조했다.

기자도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롯데 아쿠아리움의 마스코트 격인 벨루가가 있는 수족관 앞에서 감탄과 함께 사진을 찍어 본 경험이 있다. 이날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만난 아이에게 "벨루가가 바다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아니면 수족관에서 계속 구경했으면 좋겠어?"라고 물어봤다. 아이는 "바다로 돌아가서 자유롭게 지냈으면 좋겠어"라고 답했다. 못 봐서 아쉽지 않겠냐는 계속된 물음에도 "배 타고 바다로 가서 보면 되잖아"란 말을 남겼다.

국내 기업들의 ESG경영 기조 가운데 롯데그룹도 2021년 ESG경영을 선포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다. 

과거에는 영업이익이 기업가치를 대변했다면 현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환경과 기후에 대한 책임을 갖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젠 소비자들도 제품이 좋아도 나쁜 기업은 소비하지 않으며 소비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2021년 대한상의 조사에서 60% 이상 넘는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시 ESG 활동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ESG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적극 실행에 옮길 것을 당부하며 '진정성 있는 ESG 실천'을 강조한 바 있다. 롯데는 ESG팀 중심으로 각 그룹사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과 자원 선순환, 수자원 보호 등 친환경 비즈니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점을 ESG 경영 일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벨루가를 방류하지 않고 전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말뿐인 ESG경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2월 5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벨루가 방류를 위한 1인 피켓 시위를 하고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2월 5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벨루가 방류를 위한 1인 피켓 시위를 하고있다.

윤미향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의 벨루가 방류 약속은 4년에 걸쳐 3차례 지켜지지 않았다. 롯데 측은 처음 2019년 벨루가 방류를 약속했고 두 번째인 2020년에는 2021년 벨루가를 방류적응장으로 이송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세 번째로 2021년엔 2022년 말까지 해외 야생적응장으로 이송하겠다고 재발표했으나 이 모두 지켜지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벨루가 방류 약속 이행 요구와 함께 방류 시기를 묻는 윤미향 의원의 질의에 롯데 측은 "2026년까지 방류하겠지만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최근 기자가 롯데 측에 확인한 벨루가 방류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작년 2026년 방류 발표 계획 이후 변한건 없다"고 답했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벨루가는 북극해에서 살던 고래로 한 번에 1000미터씩 잠수하고 1년에 6000㎞까지 이동하며 자의식과 풍부한 감정과 기억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족관에 남은 벨루가는 앞서 벨루가 2마리가 죽은 곳에서 9년 가까이 잔인하게 갇혀 지내고 있다.

반면 해양생물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도 있다. 국내 한 기업은 제주 연안에서 서식하는 국제보호종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제코(JEJU+ECO)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2021년 생명다양성재단과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력식 진행하고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돌고래의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 알리는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제코 기획상품을 출시하면 판매 수익금 일부는 제주환경보호 활동에 사용된다.

'고래'를 두고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모습을 보면 어느 기업의 친환경 경영에 진정성이 느껴질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26년 롯데 측이 벨루가에 자유를 줄 것인지 지켜보는 이목이 많다.

롯데는 벨루가를 통해 얻는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하루 빨리 자유를 찾아주는 선택을 함으로써 국내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동시에 친환경 경영 행보에 맥을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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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공주 2024-02-14 19:08:46
벨라를 풀어줘

벨루가 2024-02-09 13:24:41
롯데는 기업의 이름을 걸고 한 약속을 꼭 지키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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