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매출' 달성에도 웃지 못하는 LG전자…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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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매출' 달성에도 웃지 못하는 LG전자…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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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인 생활가전, 작년 4분기 1000억원대 영업손실…14년만에 '적자 전환'
수요 위축 등으로 '수익성 악화'…시장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 증가도 영향
'HVAC·구독' 사업 확대로 성장 모멘텀 확보…'온디바이스 AI 가전'도 기대 요소

컨슈머타임스=김윤호 기자 | LG전자는 지난해 84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리며 3년 연속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였다. 수요 위축과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주력인 생활가전 사업이 4분기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연결기준 매출액 84조2278억원, 영업이익 3조5491억원의 2023년도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연간 매출액은 사상 최대로 3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도 과거 펜트업(Pent-up·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 수요 당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아쉬운 성적표를 내놨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31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전년 동기 대비 352% 증가했지만 전 분기보다는 69% 감소했다. 이는 증권가 전망치(6394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결 자회사인 LG이노텍을 제외한 별도 실적 기준으로는 영업손실 1749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 영역이 적자로 돌아선 점이 4분기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낸 배경으로 꼽힌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11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로써 H&A사업본부는 지난 2009년 4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경기 침체 등에 따른 가전 수요 위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수요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크게 상승했지만 일상 회복 이후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이에 따른 경기 침체의 우려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가전제품 구매를 위해 쉽사리 지갑을 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H&A사업본부가 4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고 LG전자 측은 설명했다.

현재 LG전자의 실적을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은 생활가전 사업이다. 시장에선 올해 LG전자의 이익 기울기를 좌우할 요소로 생활가전 사업의 선전을 첫 손에 꼽는다.

LG전자가 맞춤형 고효율 공조 제품을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LG전자가 맞춤형 고효율 공조 제품을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이에 LG전자는 냉난방공조(HVAC) 중심의 기업 간 거래(B2B) 비중 확대 및 구독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생활가전 사업부의 수익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HVAC 사업은 글로벌 시장 규모가 950억달러에 이르는 유망한 사업이다. 이중 북미·유럽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김이권 LG전자 H&A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북미 시장은 우선 신냉매가 적용된 인버터 히트펌프 냉난방 제품 출시로 현지 적합형 라인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아울러 미국 내 생산지를 구축하고 핵심 고객 접점인 설치 채널 확대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혹한에서도 고성능을 내는 냉난방공조 제품을 연구개발하기 위해 미국 알래스카에 'LG 알래스카 히트펌프연구소'를 신설하는 등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어 김 상무는 "유럽 시장에서도 HVAC 친환경 냉매가 적용된 히트펌프 난방 신제품 출시와 난방 전문 채널 확대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추진한 가전 구독 사업도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7월 기존 사업에 구독을 접목한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나섰다. 안정적 매출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류재철 LG전자 H&A 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구독을 주력으로 삼겠다"며 "현재 고객의 절반 이상을 구독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고객들은 3년부터 6년까지 구독 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 제품·구독 기간에 따라 월 3만~5만원대의 비용만 투자하면 된다. 대형가전 특성상 초기 구매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다.

최신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2024년형 LG 그램 신제품 'LG 그램 프로'
최신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2024년형 LG 그램 신제품 'LG 그램 프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제품에 탑재해 수요를 끌어 모은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올 초 열린 'CES 2024'에서 기기에 AI를 직접 탑재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선보이는 데 힘썼다.

온디바이스 AI는 기기 내부에서 동작하는 AI 기술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PC, 가전제품 등 디바이스 안에 AI를 내장해 데이터 처리, 분석, 의사결정을 기기 자체에서 수행할 수 있게 한다. AI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는 트렌드에 따라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LG전자는 CES 2024에서 AI 기술을 접목시킨 노트북 신제품 'LG 그램 프로'를 선보였다. 시장에선 최근 주목 받는 온디바이스 AI 가전 등이 LG전자 실적 개선의 주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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