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이웃 위해 전재산 내놓습니다…내가 그 고통 아니까"
상태바
"배고픈 이웃 위해 전재산 내놓습니다…내가 그 고통 아니까"
  • 인터넷팀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1월 14일 19시 32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동산 등 4억여원 기부 약정한 80세 변문희씨…"후회 요만큼도 없어"
전재산 기부 약정한 변문희(80) 어르신
12일 서울 마포구청 12층 옥상정원에서 변문희(80)씨가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누군가 배곯고 있으면 나는 안 먹더라도 주고 그랬어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내가 배고파 봤으니까. 내가 그 고통을 아니까."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만난 변문희(80)씨가 말했다.

변씨는 최근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배고프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써달라며 마포복지재단에 전 재산인 집과 금융 자산 약 4억2천만원 기부를 약정했다. 마포구와 마포복지재단은 이날 오후 유산 기부식 행사를 열고 변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변씨는 늘 배고팠고 원하는 만큼 공부하지 못했다. 한이 컸고 그런 젊은이가, 이웃이 없었으면 했다.

어떻게 기부해야 하는지 알아볼 엄두가 안 나 생각만 생각만 하던 지난해 가을 어느 날 평소 의지하던 방문 사회복지사에게 '더 늦기 전에 기부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말했다. 변씨의 뜻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복지사가 기부 절차를 알아봐 줬고 그렇게 유산 기탁이 이뤄졌다.

변씨는 이전에도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지갑과 냉장고를 자주 열었다. 어렸을 때 굶은 경험 때문에 다른 이들의 고통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변씨가 다섯살이었던 1948년 여름 수마(水魔)가 변씨의 고향인 충북 제천을 덮쳤다. 11명이 숨졌고 45명이 크게 다쳤다. 집 48채가 피해를 입었는데 변씨의 집도 그중 하나였다.

변씨는 "당일 아침에 먹을 쌀조차 건지지 못한 채 몸만 빠져나와 전 재산을 다 잃었다"며 "그 길로 생활고가 시작돼 한 달을 거의 맹물만 먹고 버텼던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성산1동 변문희 후원자 유산 기부 전달식
유산 기부식 행사에 참석한 기부자 변문희(80)씨와 박강수 마포구청장 등 구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01.12 [마포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변씨는 17세의 나이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상경했다. 수많은 직업을 거치다 30대 중반 고향으로 돌아가 파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해 돈을 벌었고 그렇게 번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모았다. 50대 초반에는 다시 서울로 이사해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 잡았다. 결혼 5년 차에 남편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자식은 없다.

변씨는 "솔직히 말하자면 자식이 있었어도 전 재산을 기부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면서도 "어려운 이웃이 없었으면 하는 건 내 오랜 생각이라 후회는 요만큼도 없다"라고 했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