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으로 돈 버는 시대는 갔나…공사비 갈등에 분담금 폭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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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으로 돈 버는 시대는 갔나…공사비 갈등에 분담금 폭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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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1800억 공사비 못 받아 '대조1구역' 공사 중단
GS건설, 시공사 선정 취소 후 상계5단지 조합에 손배소 중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재개발·재건축으로 '돈버는 시대'는 이제 옛말이 됐다. 시공사는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해 공사 중단 카드를 꺼내고 있는 한편, 조합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추가 분담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자재, 인건비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으로 이미 진행 중인 정비사업들도 갈수록 난항을 겪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둔촌주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들은 지난 2022년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로 가구당 1억2000만원이 넘는 분담금을 떠안게 됐다. 당초 비슷한 평형으로 이동할 경우 환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사업성이 좋았으나 공사가 멈춰선 6개월 동안 대출금리 인상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 추가 분담금이 발생했던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혔던 은평구 '대조 1구역'도 공사비 갈등으로 최근 현장이 멈춰섰다. 이 사업은 2022년 10월 착공에 들어가 지난해 11월까지 약 1년2개월 동안 공사가 진행됐다. 현대건설이 조합에 요구한 이 기간 공사비는 1800억원이다.

하지만 조합의 내분으로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현재 공사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공사 재개가 늦어질수록 분양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 등이 생길 전망이다. 이에 가구당 평균 1억5000만원가량 추가 분담금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 일대 11만2000㎡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5층, 28개동에 2451가구의 대단지 공사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은 조합원 분담금만 '5억원'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한 채당 시세가 5억원선이어서 분담금이 시세와 맞먹는 수준이다. 당시 GS건설은 3.3㎡당 공사비를 약 650만원으로, 공사 기간을 48개월로 제시했다.

결국 상계주공5단지 조합 측은 낮은 사업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이유로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취소했다. 이에 GS건설은 시공사 취소 이후 조합 측을 상대로 수십억 대 손해배상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계주공5단지는 시공사 선정이 취소되면서 재건축 사업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며 "결국 늘어난 공사비의 부담은 조합이 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지난 2022년 2월 모습.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 재건축조합도 상향된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인 삼성물산과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시공단은 3.3㎡당 889만원의 공사비가 필요하다고 통보했지만, 조합은 지난 2021년 합의한 공사비가 3.3㎡당 665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반영하면 증액 규모가 과하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공사비와 추가 분담금을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간에 갈등을 빚으면서 분양 지연이 보편화되는 분위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 예정인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래미안원펜타스 등 8개 단지, 6847가구가 작년에 분양하지 못해 올해로 넘어온 물량이다. 올해도 공급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일부 사업지들은 연내 분양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조합이 추진하는 정비사업은 변수가 많아 계획 대비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지속된 분양 지연으로 지난 3년간 정비사업 실적이 계획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며 "2024년 주택시장 여건도 녹록지 않아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절차가 간소화되는 등 규제 완화 방안을 지난 10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재건축사업 추진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 과정을 생략하고 준공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은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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