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재 에코넥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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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재 에코넥스 대표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1월 28일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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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상용화…발상과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할 때"
   
▲ 소치재 에코넥스 대표이사

새벽이건 낮이건,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 자유로운 출퇴근을 허용하는 회사가 있다. 체력이 곧 회사의 미래라는 판단하에 '헬스장 퇴근제' 도입을 준비하는 회사가 있다. 직원들의 창의성은 곧 휴식에서 나온다는 이유로 연간 '100일 휴가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회사가 있다.

국제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글로벌 회사가 아니다. 국내 전기자동차 개발업체인 ㈜에코넥스의 얘기다.

소치재 에코넥스 대표는 "기업 운영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력 기업들의 '밀폐형' 조직운영 방식은 경화된 사고방식을 낳을 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바퀴가 모터와 함께 움직이는 차량. 그러면서도 휘발유나 경유 같은 화석연료가 아닌 순수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차량. 시장에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던 이러한 미래차(車)를 보란 듯이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린 소 대표 특유의 자양분이다.

소 대표를 만나 우리나라 전기차 사업의 현주소와 문제점, 향후 방향성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 "전기차 시장은 신생아… 영양분 공급 시기"

Q. 무공해 친환경 전기자동차 개발이 세계 완성차업계의 화두입니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기술력 및 시장의 현 주소가 궁금합니다.

== 우리나라의 전기차 시장은 굉장히 낙후돼 있습니다. '기밀'이라는 명목 하에 서로 기술이나 정보공유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기밀일 것도 없는 기술이거든요. '전기로 움직이는 차'가 핵심인데도 말이죠. 전기차사업에 뛰어든 업체들 중 상당수는 정부의 연구개발비용을 타 내는 데만 혈안이 돼 있습니다. 실질적인 성과물도 못 내놓고 있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신생아'에 비유하면 전기차시장은 한창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더불어 투자유치가 절실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중국정부가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가 있습니다. 성장잠재력이 무궁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투가 자체가 과감한 편입니다. 에코넥스의 기술력은 전세계 표준으로 삼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이미 네덜란드를 필두로 세계 시장에서는 인정받고 있습니다.

Q.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가솔린 엔진이나 디젤엔진 자리에 전기모터만 달면 되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충전형 미니 자동차의 확대형태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 그렇습니다. 골프장에서 타는 전동카트나 놀이기구인 '범퍼카'가 크게 개량된 것으로 보면 됩니다.

Q.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전기차 발전 저해 요인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다.

== 정부의 규제로 인해 현실적 애로점이 많습니다. 가령 외국에서 인증 받은 (전기자동차 관련) 기기나 장치라면 국내에서도 빠른 시간 안에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전무하죠.

외국에서 받은 인증을 국내에서 다시 받으려면 절차가 무척이나 까다롭습니다. 이쪽부서에 가면 저쪽부서로 가라고 하고, 저쪽부서로 가면 또 다른 부서로 가라고 하는 것이 다반사죠. 한마디로 체계가 없습니다. 인증을 받으면 검증절차는 또 따로 밟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간 손실도 엄청나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인증절차개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각종 배터리 안전성 실험… 완벽에 가까운 성과"

Q. 2011년 현재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카를 앞세워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의미의 전기구동방식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의 기술진전이 전제돼야 하겠습니까.

== 전기차의 특성상 배터리기술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100%를 한계기술력이라고 했을 때 에코넥스는 이미 그 한계점에 올라선 상태입니다. 우리가 개발한 배터리를 차체중량 2t부터 50t에 적용시켜 다양한 실험을 했고, 그 결과 무리 없이 구동됨을 확인했습니다.

전기차는 기후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습도는 배터리가 중심이 되는 전기구동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에코넥스는 강설량과 습도가 높고 기후가 험악하기로 유명한 폴란드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상용화 실험을 끝마쳤습니다. 염화칼슘에 의한 부식실험, 침수실험 등도 거쳤고 안전성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성과를 거뒀습니다.

Q. 핵심은 배터리라는 말씀이신데요. 일각에서는 배터리의 특성상 과열이나 갑작스런 충격의 영향으로 폭발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 기술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발생될 수 있는 사고인 것은 분명합니다. 핸드폰배터리야 터지면 가지고 있는 사람만 다치지만 자동차는 대형 인사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에코넥스는 앞서 언급한 실험들 외에 각종 극한의 조건을 대입한 실험을 수십, 수 백 번 반복했습니다. 가령 전기차가 구동되고 있는 상태에서 배터리에 엄청난 외부타격을 가하거나 전기드릴로 구멍을 내는 실험, 급격한 충∙방전 실험 등이 그 중 일부입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발하지 않는 배터리를 양산해 낼 수 있었습니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차량을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탄다? 그런 기술은 시장에 나와서도, 만드는 시도 조차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철학입니다.

소치재 에코넥스 대표이사(사진 우)와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이 에코넥스가 개발한 세계최초 직구동 전기버스를 시승했다.
Q. 에코넥스는 네덜란드 '이트랙션'사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전기 직구동 시스템을 개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가솔린 자동차와 비교를 하자면 어떤 기술영역에 속한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 가솔린 차량의 엔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가솔린 엔진처럼 구동 축이 별도로 있지는 않습니다. 엔진이 바퀴에 직접 붙어있는 형태입니다. 도로여건에 따라 요철구간이나 비포장도로를 주행할 때 각 바퀴의 회전수가 달라져 차체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적용하고 있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나 바퀴잠김방지장치(ABS)등 이미 대중적으로 상용화된 차량안전기술들을 활용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충분히 놀지 않으면 창의력도, 업무 능률도 떨어져"

Q. 에코넥스의 기업문화가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직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대신 회사의 강제사항을 대폭 줄이는 또 다른 실험을 하고 있기로 알려져 있는데요.

== 전기차 기술은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했습니다. 전기로 자동차가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입니다. 그것을 막는 것은 다름 아닌 업무환경입니다. 자동차 대기업이나 연구소는 일하는 환경 자체가 틀에 박혀있습니다. 뭔가 앉아서만 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강하죠. 하루 종일 들여다 보고 있으면 새로운 발상이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밖에서 놀다가 들어온 사람이 오히려 장시간 앉아서 일한 사람들 보다 업무능률이 좋다는 것을 수 십 년 동안 확인했습니다.

우리 연구원들에게는 일주일에 2~3일만 일하라고 말합니다. 근무시간도 개인의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하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직원은 새벽4시에 출근해서 오후 2시에 퇴근합니다. 저녁형 인간에게는 알맞은 패턴일 수 있죠. 충분히 놀지 않으면 창의력도, 업무 능률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직원들에게 1년에 100일 이상 휴가를 줄 계획을 세웠고, 체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헬스장 퇴근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건강해야 회사도 따라 건강해 집니다.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상당부분이 직원들 복지에 아낌없이 투자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입사하고 싶은, 그런 회사가 되지 않겠습니까. '패밀리 문화'가 없는 회사는 장기성이 없습니다.

Q. 끝으로 향후 전기차 상용화과 관련한 기술적, 대중친화적 로드맵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 우선 대형 배터리공장을 완성시킨 뒤 전기차의 해외 수출과 국내 보급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직원채용의 경우 내후년 6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1월 현재 네덜란드에 5만대 정도의 전기차 부품공급 계약이 이뤄진 상태입니다. 아울러 중국의 군사용차량 5만대와 국내 지자체에 40대 정도의 차량수주가 완료됐습니다.

향후 2년 안에 세계 전기차 시장의 50%를 장악하는 것이 꿈입니다. 에코넥스의 부품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전기차가 굴러갈 수 없는 정도의 수준으로 기술력은 물론 사세가 크게 확장될 것입니다. 머지 않았습니다.

◆ 소치재 에코넥스 대표는?

소치재 대표는 1990년 전기 직·구동버스(E.D.D)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2008년 (주)에코넥스를 설립한 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010년 EDD 시스템의 국내 특허를 취득한 데 이어 2010년 한민족대상 녹색산업부분 수상, 2011년 제 17회 신지식인대상 등을 수상했다.

대담-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김재훈 기자
justin747@c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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