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솔지의 잇사이트] 홍원식 왕국의 몰락…'남양의 봄'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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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솔지의 잇사이트] 홍원식 왕국의 몰락…'남양의 봄' 올까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1월 08일 0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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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홍원식 회장의 '작은 왕국'이 60년 만에 무너졌다.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둘러싼 2년여 간의 법정 공방이 끝나면서, 남양유업은 새 주인을 맞게 됐다. 

남양유업은 지난 10년간 소비자 불매운동의 중심에 있어왔다. 제품의 바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남양 제품인지 여부를 판독해주는 앱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남양유업의 신제품을 알려주는 SNS 계정이 생겨나기도 했다. 소비자들에게 단단히 '비호감'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그 결과 남양유업은 경쟁사에 오랜 업계 1위 자리를 내줘야했고,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남양유업을 쇠퇴로 이끈 장본인은 다름 아닌 홍원식 회장이다. 홍원식 회장은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2003년 회장직에 올라 30년 넘게 남양유업을 이끌어왔다. 홍 회장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남양유업은 강력한 '보스경영' 체제를 이어왔으나, 결국 이는 기업에 '독'이 되고 말았다. 

시작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였다. 대리점주에게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강매하는 '밀어내기'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갑질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남양유업이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는 평가도 있다. 오너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논란을 수습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도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논란, 홍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 등 오너 일가의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여기에 2021년 불거진 불가리스 파문이 몰락의 직격타가 됐다.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허위 사실로 밝혀져 전국민의 공분을 산 것이다. 결국 홍 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회장직 사퇴을 사퇴하고 경영권 불승계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은 그와 그의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전량(53.08%)을 주당 82만원에 한앤코에 매각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같은해 9월 계약 위반 등을 이유로 해지를 통보했고, 한앤코 측은 즉각 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소송은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간 끝에 법원이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며 한앤코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남양유업의 정상화다. 오너리스크에 따른 불매운동으로 남양유업은 많은 것을 잃었다. 하지만 기업을 자신의 '작은 왕국'으로 여겼던 오너 일가는 이제 없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맞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무너진 기업을 일으켜세울 적기인 셈이다. 

특히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유업계가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남양유업의 정상화는 시장에도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남양유업과 한앤코 역시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약속했다. 다시 한 번 '남양의 봄'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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