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반도체] '극강 한파'에 시름…AI 시대 이끌 'HBM'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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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결산-반도체] '극강 한파'에 시름…AI 시대 이끌 'HBM'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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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컨슈머타임스=김윤호 기자 | 올 한해 반도체 시장에 부는 한파는 유독 매서웠다. 우리나라 수출을 떠받치던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수출 부진을 이어갔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은 분기마다 수조원씩 적자를 냈다.

다만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우리 기업이 주력하는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내년엔 '반도체의 봄'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8월 이후 올 10월까지 15개월째 전년 동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배경에는 코로나19를 지나고 일상 회복 국면에 접어들며 주요국들의 ICT 시장이 침체된 영향이 컸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24.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반도체 수출 부진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올해 역대급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통상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DS) 부문은 1∼3분기 누적 12조69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1·2분기 영업이익이 90% 넘게 쪼그라들며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대 이하로 주저앉았다.

SK하이닉스도 1∼3분기 합산 8조7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한파는 시장의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 확대와 미·중 패권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이슈,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가 맞물린 영향이다.

이 같은 불황이 지속되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본격적으로 감산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말 선제적으로 감산을 공식화했고, 그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는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지난 4월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2022년 대비 50% 이상 줄이고 생산량 감축을 택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업계선 최근 들어 길었던 반도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연초부터 이어온 감산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PC용 D램(DDR4 8Gb)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55달러로 전월 대비 3.33% 상승했다.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객사에게 반도체를 공급할 때 받는 가격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가격 지표다.

2021년 7월 4.1달러였던 D램 가격은 2년 넘게 하락하면서 지난 9월 1.3달러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이 1년여간 지속된 데 따른 공급 축소로 지난 10월에 반등했고 11월에도 가격이 또 오르며 시장에 희망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사진 =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반도체 업계는 AI 시장 확대로 수혜가 예상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앞세워 내년도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챗GPT'의 등장과 같이 AI 서비스 종류가 다양해지고 고도화될수록, 메모리 반도체가 수행해야 할 역할도 확장된다. AI 서비스를 원활하게 구현하려면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연산을 동시에 빠르게 수행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업계서 제시하는 것은 HBM이다. 업계 전문가는 "HBM은 현재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넓은 대역폭을 지닌 메모리 반도체다. 이는 즉 메모리 중 데이터를 가장 빠르게 처리하고 전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로써 HBM은 응용처의 성능과 전력 효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시장 개화에 따라 HBM 등 고부가제품 중심 공급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공급 역량을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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