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정의 증권톡] 증권사들의 위태로운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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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정의 증권톡] 증권사들의 위태로운 '돌려막기'
  • 전은정 기자 eunsjr@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12월 21일 0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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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전은정 기자 | 증권사들의 돌려막기 사태가 도마에 올랐다. 상품 운용역들이 만기가 돌아온 계좌의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고객계좌 간 손익을 이전한 것이다.

금융투자업자는 원칙적으로 사후에 투자자에게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일부 증권사는 랩·신탁 만기 때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결정 아래 이 같은 불법을 저질렀다.

증권사들은 법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고객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왔다. 꾸준히 신규 고객이 들어오고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선 문제가 없지만 금리가 급등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금리가 오르고 손실은 커지는데 목표 수익률을 맞추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고객 간 손실과 이익을 이전해 수익률을 맞췄다.

만기가 도래한 고객의 기업어음(CP) 등 투자 자산을 다른 증권사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사게 하고, 대신 만기가 남은 다른 고객의 계좌로 상대 증권사의 다른 CP를 비싸게 사준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 증권사의 경우 돌려막기를 한 횟수가 6000번, 금액은 5000억원에 달했다. 사실 돌려막기는 증권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채권 손실을 다른 고객에게 전가하면서 손실보전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돌려막기는 위법 소지가 다분한데다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꾸준히 신규 고객이 들어오고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 의존하는 위태로운 수익 구조여서다.

한두 개 증권사에서 잘못이 드러났으면 특정 회사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9개 회사 모두의 문제로 드러났으니 이는 업계 전체의 문제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다.

증권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또 다시 드러난 만큼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 비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판례에 따를 때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조사 대상이 된 9개 증권사의 일임형 자산관리 상품인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외에 다른 증권사와 상품으로 범위를 넓혀 실태를 명백히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게도 합당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한 손해 배상 절차도 필요하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을 통한 환매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시장 금리와 괴리되는 가격으로 이뤄지는 이상거래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내부통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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