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의 IT밸리] 글로벌 OTT의 '변심'이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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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의 IT밸리] 글로벌 OTT의 '변심'이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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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윤호 기자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2001년 개봉한 유지태, 이영애 주연의 영화 '봄날은 간다'속 명대사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의 '구독료 인상' 행렬을 보니 문득 떠올랐다.

2017년 '사랑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이라며 계정 공유를 권장하던 넷플릭스가 돌연 마음을 바꿨다. '한집에 살지 않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면 매달 5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구독료 인상인 셈이다.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일제히 국내 요금을 인상했다.

OTT 대표 격인 유튜브는 최근 광고 없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프리미엄 멤버십 가격을 종전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2.6% 인상했다.

앞서 디즈니플러스는 지난달부터 광고 없는 '프리미엄 멤버십 요금제'를 4000원(40%) 올렸다.

글로벌 OTT들은 '여러 경제적인 요인들이 변화함에 따라 구독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한 경제적인 요인의 변화는 OTT 업체 간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성장 둔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더 이상 신규 고객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글로벌 OTT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보인 행태를 보니 가격 인상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트래픽을 많이 차지하면서도 서비스 안정책임은 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통신망 트래픽 사용량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34.1%로 국내 트래픽의 3분의 1에 달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한국의 인터넷 망을 공짜로 쓰고 있다. '무임승차'라고 불리는 이유다.

벌어들이는 돈 대비 납부한 세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10조원대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국에 낸 세금은 169억원에 불과했다.

이 같이 추정한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국내 최대 IT 기업인 네이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조2201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만약 구글코리아가 10조원대 매출을 올렸을 경우 내야 할 법인세는 44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77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1년과 비교해 22% 증가했다. 하지만 납부한 법인세는 33억원으로 전년(31억원) 대비 6% 증가에 그쳤다.

글로벌 OTT들의 이러한 모습들은 책임을 지기는 싫고 수익은 올리고 싶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횡포'라고 까지 비춰진다.

OTT의 연이은 구독료 인상으로 플랫폼 이용에 대한 소비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OTT를 이용한 국민은 72%에 달했다. OTT 이용자는 평균 2.7개의 플랫폼을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 상승 등으로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휴대전화 요금처럼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OTT 비용은 가계에 큰 부담이다.

OTT 서비스 금액이 크게 오르니 콘텐츠를 불법으로 제공하는 스트리밍 사이트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저해해 OTT 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

선진국들은 글로벌 OTT 기업들의 독과점 횡포를 견제할 제도 마련에 나섰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는 법을 제정해 내년 3월 시행할 예정이다.

우리도 변해버린 OTT 플랫폼의 횡포를 막을 방안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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