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솔지의 잇사이트] 슈링크플레이션, 문제는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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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솔지의 잇사이트] 슈링크플레이션, 문제는 '신뢰'다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12월 08일 0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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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최근 일부 식음료기업이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의미의 영단어 '슈링크'(shrink)'와 물가 인상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기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품의 크기와 중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얻는 판매 방식을 말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을 살펴보면 한 냉동 만두는 지난 7월부터 중량을 기존 415g에서 378g으로, 한 참치캔은 100g에서 90g으로 줄었다. 조미 김 제품도 중량이 5g에서 4.5g으로 가벼워졌다. 핫도그는 한 봉지당 5개에서 4개로 개수를 줄였다.

사실 기업들의 이런 행동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지갑 사정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의 매서운 눈초리를 이번엔 피해가지 못했다. 소비자들의 거센 분노에 정부 역시도 슈링크 플레이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식음료기업들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이 더해지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말한다.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의 입장도 일면 이해는 된다.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 악화로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당장 가격 인상에 나서기엔 소비자나 정부의 눈치도 보였을 것이다. 때문에 가격 인상 없이 이익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슈링크플레이션'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현행법상 고지 없이 제품 용량을 줄이는 것이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기업은 변경된 용량을 제품 패키지에 기재해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 기만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와의 '신뢰'다. 실상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제품 용량이 바뀌었는지 일일이 따져보는 소비자가 얼마나 되겠나. 처음에는 잘 모르다가 어느날 고개를 갸웃하게 되고, 뒤늦게서야 '용량 줄었네'하고 깨닫게 된다. 이후에 돌아오는 것은 '여기 제품 안 사먹어야겠네'하는 외면 뿐이다. 

당장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해 어느정도의 이익을 취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게 쥐어든 손을 펴 보면 오랜 시간 쌓아온 소비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등을 돌리게 만든 대가 치고는 미약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기업의 이익 추구는 당연한 일이지만 기업 활동도 소비자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특히나 식음료 제품들은 소비자와 뗄래야 땔 수 없는 관계인 만큼, 과도한 슈링크플레이션은 지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식음료기업들이 맞닥뜨린 위기의 파고를 현명하게 넘어설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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