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은행이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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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금융산책] 은행이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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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최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버지의 이름으로'라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이 작품은 테러 조직이 감행한 폭파 사건의 주범으로 오인돼 15년간 복역 후 무죄로 석방되는 어느 아일랜드 청년과 가족 그리고 친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영국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벨파스트에 사는 반항심 많은 청년 주인공 제리는 무직으로 방황하며 일상을 보낸다. 어느 날 제리가 또 경찰에 검거되자 아버지 조세프는 그를 어렵게 석방시킨 후 아들을 영국으로 보낸다. 런던에서 제리는 친구 폴과 허름한 히피숙소에 거처를 마련하고 생활하게 된다.

어느 날 길포드 지역의 레스토랑 두 곳에서 폭탄이 터져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IRA가 이 폭파 사건을 일으킨 날 그들이 사건 발생 지역 거리에 있었던 것이 화근이 된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어느 창녀의 지갑을 털고 있던 게리와 폴은 곧바로 테러리스트 퇴치법의 그물망에 걸려들게 된다. 이 법은 혐의가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할 수 있으며 변호사 없이 7일간 취조할 수 있다. 육체적, 심리적인 고문에 못 이겨 그들은 이미 작성된 자백서에 사인을 하게 되고, 이어 공범자에 대한 체포가 시작돼 제리의 아버지 조세프 등 온 가족이 체포되는 비극이 발생한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시작한 그들에게 14년에 만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온다. 새로운 죄수가 같은 감옥에 들어오는데 그가 15년 전 런던 길포드 식당 폭탄 테러 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이다. 사건은 재수사에 들어가고 제리와 가족들은 누명을 벗고 석방된다. 하지만 아버지는 감옥에서 이미 죽음을 맞이한 상황이었고 제프는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일어선다.

이 영화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은 국가의 힘을 빌려 중립된 입장에서 일을 처리해야 할 세력이 그 힘을 잘못 발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참한 상황이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이들의 상황과는 많이 다른듯하지만, 또 닮은 구석이 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어떤 흐름에 압박과 탄압이 가해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우려의 목소리라고 생각하자.

잠잠하더니 최근 들어 '상생'의 이름으로 은행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또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종노릇' 발언을 시작하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까지 나서 한바탕 하면서 은행들은 코너 구석에 몰린 복서처럼 움츠러들어 있는 상황이다. 막대한 이자 수익을 누리면서 민생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압박하고 있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싶다.

영화 속 제리가 바늘 도둑의 모습을 보였기에 또 범인으로 억울하게 지목 됐다는 생각도 한다. 은행들은 고금리 환경 속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 냈다. 작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환경 속에서 수혜를 누린 것은 분명하나 금리는 정해진 틀이 있고 그 안에서 오르고 내린다. 은행들이 금리를 무작정 올린 것이 아니며 이는 경제적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금리를 지속해 올렸다고 은행을 탐욕의 집단처럼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시선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 그래서 금융당국이 가산금리를 건드리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은행도 기업이며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집단이다. 마진이 있어야 운영이 가능하지 않은가. 가산금리가 언급되자 또 은행들은 인하하며 조정도 했다.

이전부터 금융당국 정책에 잘 맞춰 따라왔던 은행이라 생각하며, 오히려 당국의 금융정책이 중심을 못 잡고 흔들렸다고 판단한다. 불과 몇 달 전 이슈화 됐던 '은행 50년 만기 주담대'만 하더라도 은행권에 책임을 전가하는 뉘앙스를 풍기며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억울하게 누명 씌워 감옥에 보냈고 그 사람이 죽었지만 어느 한 명 책임지는 이 없었다. 피의자인 공직자들은 물론 국가도 외면했다. 이에 주인공 제리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명예를 찾기 위해 투쟁하며 영화는 끝난다. 그래서 제목이 '아버지의 이름으로'이다. 하지만 은행은 그럴 힘조차 발휘할 수 없기에 '은행이란 이름으로' 일방적인 샌드백 신세가 계속될 것이다. '인정'이란 것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바로 잡는 길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줬다.     

상생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간다'이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관계, 이 시작점부터 그 의미가 틀어져 일방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후 국민과의 상생이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을까 싶다. 동등한 관계에서 출발하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이끌어갈 존재는 필요하고 그게 금융당국의 역할이다. 금융당국의 올바른 지적은 은행들에 긴장을 선사하며 건전한 금융 환경을 만든다. 다만 지금은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파악하고 고쳐나갈 수 있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북돋는 응원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할 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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