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골드 코스트의 황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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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골드 코스트의 황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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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8일이 내 아내의 60회 생일, 즉 환갑 날이었다. 결혼 후 그 어려운 군사독재 시절 기자생활을 하면서 장위동의 어느 문간방에서의 신혼생활의 고달픔을 견뎌 내고 일터를 일반 기업체로 옮긴 후 당시 누구나 그랬듯이 (지금의 젊은이들이 이해가 될는지 모르겠다)

2011.11.02

 

아름다운 골드 코스트의 황금 물결

 

지난 9월28일이 내 아내의 60회 생일, 즉 환갑 날이었다.

결혼 후 그 어려운 군사독재 시절 기자생활을 하면서 장위동의 어느 문간방에서의 신혼생활의 고달픔을 견뎌 내고 일터를 일반 기업체로 옮긴 후 당시 누구나 그랬듯이 (지금의 젊은이들이 이해가 될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라는 박 정희 대통령의 강인한 집념 속에 밤 12시가 넘도록 발 품을 팔아야 했고 그리고는 또 다음날 아니 엄밀히 말하면 새벽에 집엘 들어 갔으니 같은 날 아침 6시경이면 어김없이 출근해야 했던 시절에도 그저 웃으면서 묵묵히 남편이 귀가하는 새벽 1-2시까지 애들 재워놓고 화폭 앞에 앉아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다 내가 귀가하면 따뜻한 물 데워 주고 아침 출근길 지장 없도록 편히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배려했던 그 아내.

한창 한국이 저 개발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나아 가기 위해 너도 나도 노력하던 시절 중동 건설 특수 경기를 타고 내가 속한 기업에서도 신규로 건설회사를 설립, 그 창업 멤버로 중동에 나가 젊음을 바쳐야 했을 때 오직 자식들 교육에 전념하면서 모든 설움과 외로움을 묵묵히 견디어 주었던 그 아내. 그토록 온 젊음을 바쳐 청춘을 불 살랐던 그 회사, 평생 동지라며 그토록 동류의식을, 人和를, 앞세우던 그 회사에서 중동 경기의 퇴조가 마치 나의 탓인 양 끝내 배신을 당하고 자리를 물러 나야 했을 때도 조금의 흔들림 없이 낯설은 외국 호주라는 나라에서 이민 1세 최초로 차관급의 관료로 재 도약할 수 있도록 항상 든든하게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그 아내를 위해, 결혼 38년 동안 한번도 제대로 된 생일을 챙겨 주지 못했던 그 아내를 위해, 이번에 아들녀석과 짜고(?) '깜짝 파티'를 계획했다.

마침 무슨 복인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사 백리의 황금해안 골드코스트에서 요트 크루즈(Yacht Cruise) 사업을 하는 젊은 한국인 후배가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요트를 내 아내 환갑 선물로 선장까지 부쳐서 빌려줘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을 초대 하기로 했다. 깜짝 파티를 위해 2달 전부터 40여명의 지인들에게 설문을 보낸 결과 9월28일이 주중이라 날짜를 토요일인 10월1일로 잡고 아내가 눈치 채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준비를 해 나갔다. 마침 지인 중에 대학에서 자녀들이 기악을 전공하는 이들이 있어 부탁을 하여 소 규모 오케스트라도 준비하고 또 지인의 부인 중에 음대를 나와 소프라노 가수로 활약 하는 이가 있어 축가연습도 오케스트라 멤버들과 사전 연습까지 갖도록 했다.

드디어 당일. 아내한테는 평소 내가 아끼며 가깝게 지내 오던 골드 코스트에 사는 그 후배 부부가 "당신 환갑을 축하해 주기 위해 골드코스트에서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하니 아들과 아들 여자친구까지 시드니에서 왔으니 골드코스트 구경 겸 내려가자"고 얘기해 놓고 골드 코스트로 차를 몰았다.

   
 
그 동안 그렇게 조용하고 쾌적했던 브리스베인-골드코스트 간 고속도로가 워낙 아름다운 곳인데다 일년 사철 따뜻한 기후를 유지 하는지라 해외로부터, 타 주로부터 지난 10여년 사이의 기하급수적인 인구 유입으로 많이도 변했다. 어쨌건 골드코스트의 유명한 관광명소 씨 월드(Sea World, 돌고래 쇼와 파도타기, 서커스 등 각종 수상 쇼로 관광객들이 끊일 날이 없는 곳이다) 옆에 자리한 요트 정박장 곁에 차를 주차했더니 아내가 "왜 점심 초대를 받았으면 식당들이 있는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 서핑과 수영을 즐기기에 천국같이 좋은 해변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로 가지 않고 요트 정박장으로 오느냐" 고 의아해 하길래 "후배가 요트를 갖고 있으니 이왕이면 식사를 주문해서 요트 위에서 멋을 부려 보자고 한다"며 얼버무렸다.

이렇게 해서 아내와 나,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가 요트들이 즐비한 정박장 통로를 따라 걸어가니 후배의 요트 입구에서 선장이 미리 마중 나와 "생일 축하합니다. 캐서린(Happy Birhtday. Catherine)"하고 축하 인사를 해 아내가 깜짝 놀라면서 고맙다고 답례를 하면서도 아직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선장이 아내를 필두로 우리 넷을 배 위로 안내해 들어 가는 순간 30여분 전부터 미리 와 승선해 있던 30명이 넘는 지인들이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더불어 생일 축가를 골드코스트가 떠나 갈 정도로 불러대며 폭죽을 터트릴 때에야 비로소 눈치를 챈 아내는 기쁨과 감동으로 눈물을 반짝였다.

대형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 친지의 건배 제의로 축하 샴페인을 터트리고 초대된 친지들이 하나하나 아내에게 정성껏 마련한 선물을 건넬 때 아내는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그 동안 40년 가까운 세월을 같이 살아 오면서 무거웠던 마음이 저 물결들 따라 다 흘러 가 버리고 기쁨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3시간 동안 세계 최대 관광지중의 하나인 골드 코스트의 황금 물결위로 요트를 타고 모두들 어떤 이는 우리의 가곡 '가고파'를, 어떤 이는 '수선화'를 노래 부르고 온갖 정취에 젖어 고국 소식도 나누고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고있는 행복감들을 더불어 만끽하면서 한결같이 한편의 장편 영화에 출연한 것 같다.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시간이라며 즐거움을 함께했다. '푸른 다뉴브의 물결'이 어찌 여기에 비견될 수 있겠는가?

한국이었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렇듯 아름답고 즐거운 요트 파티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랬다간 여기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는 일들이 이런 순수한 파티 조차도 호화 행각이니 하면서 비난 받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 또 어떨는지 모르긴 하지만…….

아직도 가끔씩 직간접적으로 듣는 얘기가 고국을 떠나 해외에 살고 있는 재외 동포들은 마치 매국노인양 얘기 하는 사람도 있고 오죽 국내에서 적응을 못해 타국 땅에서 저리 살고 있는가 하고 동정 어린 얘기들도 하곤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런 분들에게 얘기 하고 싶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국내에서만 돈 벌고 고위직에 올라야 만 출세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삼성이 세계최대의 애플사를 뛰어 넘어 세계 최대 전자통신 회사로 도약하고 현대차가 꿈도 못 꾸던 세계굴지의 토요타를 맹추격하고 있는 이 시대에 너무나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가. 저 거대해 진 중국의 힘이 세계 각처에 흩어져 부를 이루고 있는 재외 화상들의 위상에 힘 입은바 커가는 사실을 잊고 있는가. 국내에서 제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한국 문화의 위대성을 알리고 현지 사회의 주류로 자리 매김 하고 있는 해외 동포들 모두가 조그만 한반도의 실질적 영토확장의 선봉장이 아닌가?

또 휴가철이면 발 디딜 틈 조차 없는 해운대나 경포대에서 목욕탕 수준의 혼잡스런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내국인들에 비하면 우리 호주에 살고 있는 동포들은 너무나 멋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질 않는가? 그것도 한국에서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말이다.

 

 

필자소개

 

1946년 경남 진주 출생. 성균관 대학교 영어 영문학과 졸업. 합동통신 외신부 기자로 활동, 럭키화학과 럭키개발에서 근무했다. 1989년 호주 브리스베인으로 이주한 뒤 호주 퀸슬랜드 주 정부 개발성 해외투자담당 상임고문과 초대 퀸슬랜드 주정부 한국 무역및 투자대표부 대표(2000. 12- 2009. 4)를 거쳤다. 현재는 호주 East West Park Lines사 Project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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