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솔지의 잇사이트] 잇따른 노동자 사망…일터는 '죽음' 아닌 '생업'의 공간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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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솔지의 잇사이트] 잇따른 노동자 사망…일터는 '죽음' 아닌 '생업'의 공간 돼야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8월 24일 0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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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일터에서 사람들이 자꾸만 죽어 나간다. 힘겹게 아침 잠에서 깨어나 여느 날과 다름 없이 내딛은 출근길이 돌아오지 못할 길이 될 것이란 걸 그들은 알았을까. 

성남의 SPC 계열사 샤니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한 5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이동식 리프트와 설비 사이에 끼이는 사고로 지난 10일 사망했다.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의 노동자 사망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평택에 있는 SPC그룹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홀로 근무다가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숨졌다. 

이 사고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머리를 숙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1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계열사 공장에서 잇달아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결국 허 회장의 약속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책임감을 갖고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는 SPC의 약속에도 신뢰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6월에는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에서도 노동자 사망사고가 말생했다. 폭염 속에서 주차장 쇼핑카트 관리 업무를 하던 한 20대 노동자는 결국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40도가 육박하는 공간에서 20kg에 달하는 카트 수십 개를 옮기기 위해 1층부터 5층 주차장을 수없이 오가야 했다. 사고 당일까지 이동거리는 17km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트코는 노동자의 사망사고 이후 사과문은 커녕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비단 SPC와 코스트코만의 문제는 아니다. 통계청의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를 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2223명 중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874명에 달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나의 행복한 삶을 꿈꾸며 출근한 일터에서 하루에 3명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셈이다.

SPC와 코스트코를 비롯해 수 많은 기업들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 덕분이다. 현장 곳곳에서 맡은 바 업무를 성실하게 이어 온 노동자의 열정과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기업은 이들에게 정당한 보수는 물론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안전한 노동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때 우리나라는 빠른 성장에 목말라 기업의 이익과 효율성만을 좇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다. 하지만 이는 '낡은' 정신이다. 이제는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생명 존중 문화가 기업에 새롭게 뿌리내려야 할 시기다. '생업'의 공간인 일터가 더 이상 '죽음'의 공간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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