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은행 횡령 왜 계속 발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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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금융산책] 은행 횡령 왜 계속 발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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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연일 좋지 않은 이슈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은행권이다. KB국민은행 직원들은 미공개정보로 부당이득을 챙겨 조사 중이고, DGB대구은행은 고객 몰래 다수의 계좌를 개설해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했다. 앞서 BNK경남은행에서는 500억원대의 횡령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잇따른 직원들의 일탈행위로 인한 금융사고로 은행 내부통제에 여전히 구멍이 존재함을 다시 입증했다. 특히 횡령 사건의 경우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에 대한 수습이 끝나기도 전에 또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이쯤 되니 의문을 품게 된다.

"왜 은행에선 계속 횡령이 발생할까?"

첫째, 직원 관리 실패로 드러난 은행들의 내부통제 부재를 들 수 있다. 사람이 돈을 만지고 승인을 내는 등 개입이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지인들을 만나 속 터놓고 이야기하면 하나같이 나쁜 마음만 먹으면 횡령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히 인력 순환이 되지 않고 오랫동안 한 업무를 맡을 때 횡령 발생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돈을 매번 만지는 업무를 하면 순간적인 욕구를 참지 못해 횡령 등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차라리 돈을 보지 않는 업무가 심리적으로 더 편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힘들고 심신이 약해졌을 때 돈을 보면 들고 도망가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씩 하기도 한다.

최근 인터넷 은행의 경우 횡령 사건 등 민감한 금융사고 발생 건수가 0건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유가 궁금해 취재해보니 시스템상 사람이 개입할 수 없어 횡령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직원들은 애초 나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인터넷 은행의 경우 IT와 금융이 결합해 있고 대부분이 앱을 통해서 업무가 이뤄진다. 만약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고객의 정보를 판별해 금액 한도, 금리 등이 자동으로 다 책정된다. 이 같은 모형을 통해 부결 또는 금액 승인이 되게 세팅된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 개입해서 인위적으로 특별히 뭔가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고, 그런 담당자도 부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대면 영업점 등이 존재해 사람의 개입이 많다. 예를 들어 기업금융, 개인 고객 중에 특별 승인이 필요해 직원 개인이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처리하기 예매한 경우나 인맥 때문에 개입이 발생하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서류 조작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결국 은행들이 내세우는 '신뢰' 앞에 스스로 무너지는 꼴이다. 직원을 믿고 일을 맡겼으나 돌아오는 것은 참담한 결과다. "그래서 횡령이 무섭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시중은행을 인터넷 은행처럼 운영할 수도 없다. 횡령 근절은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도 없다. 관련 법령을 강화하고 은행 내부 인력 순환만 제대로 이뤄지더라도 점점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권에서 잇단 사고가 발생하자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최근 사고들은 금융당국에 더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금융당국의 눈치 보기 바쁘다고 하소연하던 은행권이다. 하지만 말과 행동이 스스로 달랐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듯 제 손으로 발등을 찍었다. 앞으로 더 많은 개입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 것은 아닐까.

시스템이 됐든 내부통제가 됐든 은행들은 더 분주해졌다. 그전에 믿고 돈을 맡기는 고객을 향한 신뢰 회복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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