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빼빼로'가 '초콜릿'이면 '고래밥'은 '해물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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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빼빼로'가 '초콜릿'이면 '고래밥'은 '해물탕'?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0월 10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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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절 11월 11일, 속칭 '빼빼로 데이'는 하루 종일 과자로 배를 채우는 날이었다. 왜 '빼빼로'를 주고 받는지 정확한 의미는 몰랐지만 기자는 친구들과 과자를 나눠 먹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이성친구에게 '빼빼로'를 받는 누군가는 친구들 사이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황당한 소식이 들렸다. 지금껏 '과자'로 알고 있던 롯데제과의 대표 제품 '빼빼로'가 '초콜릿가공품'이라는 뉴스였다.

막대형 비스킷에 초콜릿을 입힌 이 제품이 '초콜릿'의 일종이라니, 기자는 혼란스러워졌다.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빼빼로' 정체성 논란의 배경에는 '오픈프라이스제도'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제품 가격을 유통업체가 표시하도록 한 오픈프라이스제도를 '과자' 등에 적용했다. 가격경쟁을 통해 물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제품 가격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과자'는 시행 1년 만에 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식품업체들은 다시 과자 품목에 소비자가격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빼빼로'가 '초콜릿가공품'일 경우 롯데제과는 제품에 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과자'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롯데제과는 '전자'라는 입장이다. '빼빼로'를 '초콜릿가공품'으로 정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는 듯 하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 가격이 오르면서 초콜릿이 포함된 과자 가격도 오픈프라이스제도 시행 전보다 올려 표기할 수 밖에 없다. 업체로서는 부담이다.

가격을 제품에 표기하지 않으면 추후 가격을 인상할 때도 타사나 소비자들의 눈치를 덜 살펴도 된다. '빼빼로'를 '초콜릿가공품'으로 보는 롯데제과의 생각과 '맥'이 닿아 보인다. '꼼수'라는 단어가 퍼뜩 떠오른다.

그렇다면 '과자'인 비스킷에 초콜릿을 입히거나 넣으면 '빼빼로'처럼 '초콜릿가공품'이 되는 것일까.

롯데제과는 비스킷 안에 초콜릿을 넣어 만든 '칸초', '씨리얼'은 '비스킷'으로 분류하고 있다. '빼빼로'처럼 초콜릿을 겉에 바르면 '초콜릿가공품', 안에 넣으면 '과자'로 구분한다는 논리인지 의문이다.

업계 1위인 롯데제과가 '빼빼로'를 '초콜릿가공품'으로 분류하고 초콜릿이 포함된 제품 가격을 표시하지 않을 경우 다른 업체들도 '뜻'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오리온제과는 비스킷 위에 초콜릿을 얹은 '초코송이'를 '초콜릿'으로 분류하고 있다. 길쭉한 원통 형태의 비스킷 안에 초콜릿을 넣은 '통크'는 '비스킷'으로 분류했다.

크라운제과는 웨하스 속에 초콜릿이 들어있는 '초코하임'을, 해태제과는 슈(Choux) 과자에 초콜릿을 넣은 '홈런볼'을 각각 '비스킷'으로 구분했다.

'비스킷'으로 분류된 제품이 경우에 따라 '초콜릿가공품'으로 이름을 바꿔 달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인터넷 라디오 정치풍자 토크쇼 '나는 꼼수다'가 인기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출연의사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과 롯데제과의 행태가 묘하게 통한다.

롯데제과가 '나는 꼼수다'를 스스로 외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른 제과업체들도 '나는 꼼수다'를 함께 외칠까 더욱 염려스럽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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