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응의 펜촉]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장고 끝 악수 둘라…현명한 결정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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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응의 펜촉]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장고 끝 악수 둘라…현명한 결정 기대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4월 17일 0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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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박준응 기자 |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마지막 한 발자국만 남겨두고 멈춰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과의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이후 튀르키예, 영국,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달 유럽연합(EU)까지 7개 경쟁당국의 승인도 받았다. 이제 남은 건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뿐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놓고 '방산 수직결합'을 문제 삼아 장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에 탑재되는 무기체계를 공급하는 한화가 군함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충분히 고민하고 이해당사자간 조율도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참작해도 마지막 해외 경쟁당국인 EU가 승인하자마자 '방산 수직결합이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부터 내놓고 보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한화와 자진 시정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구체적인 제안이 없었다는 한화 측의 반박에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하다. 공정위가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중순이다. 이후 해외 경쟁당국이 모두 심사를 마치고 승인 결정을 내릴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국내 기업과 시장 상황에 가장 밝은 공정위인 만큼, 시장의 우려는 이미 오래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면 이해당사자와 조율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든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되면 승인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타 국가도 아니고 자국의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공정위가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고 사안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자, 바로 잡음이 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 정상화가 시급한 지역사회에서부터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지난 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기업 정상화와 지역경제 안정에 대한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은 이제 9부 능선을 넘어 공정위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며 "공정위는 조속한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거제지역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대우조선해양의올바른매각을위한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 경제와 조선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가 경제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합리적이고 민첩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공정위가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도 입장문을 내고 "기업결합이 무산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가 실패하면 국내 조선·방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며 "그 책임은 명백히 공정위에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더해 최근 '발주처'인 방위사업청이 시장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반대의 명분도 흐려졌다.

그러자 경쟁사 측도 행동을 개시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13일 지역구 권명호 의원(국민의힘, 울산 동구)에게 기업결합 승인에 앞서 공정경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방산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까지 인수하면 '슈퍼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항변이다.

노조는 "오늘(17일) 공정위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겠다"고도 예고했다. 

공정위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장고만 거듭하고 있는 사이, 양측의 이해관계만 첨예하게 드러나고 갈등양상은 심화하고 있다. 이제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 공정위는 이달 중 전원회의를 열고 심사를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결론이든 불거진 문제를 최대한 수습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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